주간동아 1043

2016.06.22

월급쟁이 재테크

교육비 지출의 딜레마

학교 성적이 아니라 창의력 1등이 성공한다

  • 김광주 웰스도우미 대표 www.wealthdone.me

    입력2016-06-17 17: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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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비용과 자녀교육비, 이 두 가지는 월급쟁이의 통장을 갉아먹는 주요 지출이지만 기대가치는 서로 다르다. 주거비용은 ‘비용’에 속하는 반면, 자녀교육비는 ‘투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주거비용은 대부분 매달 일정 금액이 빠져나가는 고정비용인 반면, 교육비는 매달 혹은 분기나 학기마다 달라지는 변동비용이다. 또한 교육비는 부모가 충분히 통제 가능한 분야의 지출이다. 따라서 소득에 비해 교육비 지출이 너무 많다면 부모가 ‘교육비 지출 통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재무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교육비만큼 객관화하기 힘든 영역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객관화 비율이 높을수록 가격(비용)에 대한 구매자의 통제(결정)권이 낮고, 주관화 비율이 높을수록 가격에 대한 구매자의 통제권도 덩달아 높아진다. 많은 부모가 자녀교육비를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자녀교육에 대한 다양한 태도, 즉 주관화 비율이 높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교육만큼 객관화가 요구되는 분야도 없다. 좁게 보면 교육은 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대에 필요한 지식이나 태도를 익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나아가 시대가 원하는 인재로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교육 목적이나 방향을 정할 때 벗어날 수 없는 ‘시대’라는 무대는 어느 누군가의 주관적인 인식이 아닌, 대다수 사람의 객관적인 인식 범주에 속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육비 지출을 주관적으로 결정하기에 앞서 ‘시대 변화’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흔히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푸념하지만 현실은,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1등을 원할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1등을 향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넷산업의 최강자 구글은 지난 10여 년 동안 200개 가까운 유망기업을 인수했다. 우리가 구글 서비스로 알고 있는 대부분은 처음부터 구글 직원이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을 인수해 ‘구글화’한 것이다.





    성공은 ‘월급쟁이’에 머물러 있지 않다

    대표적인 모바일 운영체계 가운데 하나인 안드로이드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는 물론, 위성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어스와 구글맵도 애초 구글 기업이 아니었다. 얼마 전 이세돌과 세기의 바둑대결로 유명해진 알파고의 고향도 구글이 2014년 인수한 딥마인드였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이미지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인스타그램은 2012년 페이스북에 인수됐으며, 20조 원 신화로 유명한 와츠앱 역시 2014년 페이스북이 인수한 회사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 네이버가 SNS 서비스 ‘라인’을 일본에 론칭하면서 준비한 인수합병(M&A) 자금이 3조 원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인수기업보다 인수된 기업들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의 목표는 자신들이 만든 기업을 거대 독점기업에 비싼 값으로 파는 것이다. 이는 과거 창업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상상하고 현실화해 기존 기업들이 필요로 하게끔 만든 다음 M&A를 통해 통째로 매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그들만이 그런 꿈을 꾸고 상상하며 도전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비슷한 수많은 창업가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과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들로부터 M&A 제안을 받는다. 필자가 현시대뿐 아니라 앞으로도 1등을 더욱 원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물론 이때의 1등에게 필요한 자질은 학교 성적이 아닌 최고의 창의력과 도전에 대한 열정이다.

    ‘공부 잘해봤자 월급쟁이’란 말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한국 부모의 경험은 대부분 성공한 월급쟁이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성장시대를 살아왔던 그들에겐 월급쟁이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월급도 계속 올랐고 더 많은 직원을 뽑았으며 중간에 잘릴 염려도 없었다. 조금씩 모아둔 돈과 은행대출을 합쳐 다소 무리하게 구매했던 집값은 해마다 올랐다. 물론 지금은 정반대 현상을 지켜보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여전히 좋은 학교,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과거 기억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하며 인수한 와츠앱의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액턴과 얀 쿰은 2009년 페이스북 입사 면접에서 탈락했을 뿐 아니라 좋은 학교, 좋은 직장과도 거리가 먼 ‘루저(loser)’들이었다.

    월급쟁이 전성시대는 끝났다. 설령 기업은 성장할지라도 로봇 등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직원들을 거리로 내쫓고 있다. 그 대신 점점 새로워질 앞으로의 시대는 수많은 분야에서 이전에 없던 아이디어와 기술을 필요로 한다. 단지 학교 성적이나 공부 1등이 아닌, 자녀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1등을 원한다. 재정 관리 측면에서도 적성에 맞지 않는 분야에서 소득이 높은 사람보다 비록 급여는 적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돈을 더 잘 모은다. 부모의 강요와 기대에 맞춰 남들 보기에 그럴싸한 직업을 선택한 사람은 소비로 욕구 불만을 채울 가능성이 큰 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노동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지출 욕구가 적다.



    교육비 지출, 시대 변화에 맞게 결정해야

    교육은 자녀를 위한 투자다. 그러나 교육만큼 장기적이면서도 불확실한 투자가 없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가능한 한 자주 자신의 선택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학교나 학원에서 받아오는 당장의 성적, 몇 년을 주기로 되풀이되는 상급학교 진학 등에 목을 매는 이유다.

    물론 정반대 생각과 행동을 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는 대신, 그 돈으로 해마다 가족여행을 떠나거나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식이다. 필자의 고객 중에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스스로 여행 일정을 짜게 하고 비용 지출까지 직접 맡기는 이도 있다.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힘겨워하면서도 내 아이만 뒤처질까 봐 불안해 사교육을 끊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부모가 많다. 그럴 때 필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포기가 단지 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을 낳기도 합니다. 절약한 교육비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린다거나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사용할 독립 자금을 모으는 데 보탤 수도 있어요.”

    물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교육비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급쟁이 전성시대에도 ‘학교 우등생이 사회 열등생’이라는 말이 떠돌았으며 이는 주변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됐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교육비는 먼저 현 소득 및 장래의 재정계획이 방해받지 않는 범위에서 기준을 정한 다음,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지출할지는 미래의 시대 변화에 맞게 결정하는 편이 좋다. 사실 공부는 자녀보다 부모에게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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