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6

2016.05.04

책 읽기 만보

파충류 뇌가 늘 승리한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05-03 09:54:5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종의 진화부터 평생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늘 상향 이동을 한다.’ ‘컬처 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문화 코드에 생물학을 결합한 새로운 관점의 ‘상향 이동(Move Up)’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왜 그들이 이기는가’는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기회를 얻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 항상 성공하는 국가와 늘 실패하는 국가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분석한 결과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류의 진보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문화가 이러한 본능적 욕구를 얼마나 충족해주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대뇌피질, 변연계, 파충류 뇌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대뇌피질은 언어 습득, 계획, 추상, 지각 등 복잡한 정신 작용이 일어나는 곳이고 변연계는 행동, 감정, 동기부여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파충류 뇌는 호흡, 체온 조절, 균형 등 신체의 중요한 기능을 관장하고 공격성, 지배, 세력권 보호 등 종 전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본능적 행위를 담당한다. 파충류 뇌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일을 있다. 생존하고 번식할 수 없다면 인류는 멸종한다. 파충류 뇌가 늘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파충류 뇌’는 성(sex), 생존(survival), 안전(security), 성공(success)에 의해 작동한다. 생존은 국가가 건강과 교육을 비롯한 전체적인 복지를 지원하는 정도를 말한다. 성은 남녀평등 수준과 쾌락이 문화별로 다르게 인식되는 정도에 관한 것이고 안전은 국가가 신체적, 경제적, 환경적 해악으로부터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에 관한 것이며 성공은 국가 제도가 경제적 경쟁, 효율성, 혁신을 얼마나 잘 촉진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생물학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으며, 다만 무엇이 작용하고 작용하지 않는지, 또 생존에 무엇이 도움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파악할 뿐이다. 이러한 본능을 관장하는 ‘파충류 뇌’를 자극하고 컨트롤하는 문화가 성공의 열쇠라는 설명이다.

    라파이유와 로머 두 저자는 이와 같은 생물 논리와 문화 코드를 종합해 ‘R² 이동성지수’를 만들었다. 그들의 분석 대상이 된 71개국 가운데 이동성지수 1위는 스위스고, 꼴찌는 방글라데시다. 한국은 17위로 그 아래 프랑스, 중국, 칠레, 일본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생물 논리 지수는 20위지만 문화 코드 지수는 16위였다. 이는 한국인의 상향 이동 욕구가 크지만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을 충족해줄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라파이유는 한국의 문화 코드를 위블(weeble·달걀 모양의 오뚝이 장난감)과 같다고 했다. 오뚝이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늘 제자리일 수 있다.





    세계를 향한 의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민음사/ 696쪽/ 2만5000원


    2005년 출간과 동시에 ‘셰익스피어 평전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올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저자는 ‘셰익스피어는 실존 인물인가’처럼 수세기 동안 되풀이돼온 논쟁에 정면으로 맞서며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됐는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세계 행복 지도 : UN 세계 행복 보고서
    제프리 삭스·존 헬리웰·리처드 레이워드 편저/ 우성대 옮김/ 간디서원/ 288쪽/ 2만5000원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이지만 캔트릴의 ‘인생 사다리’라는 척도로 측정한 결과 최근 3년간 한국인의 평균 행복도는 104개국 가운데 58위였고, 이는 2012~2014년 측정치보다 11단계나 하락한 것이다. 2012, 2013, 2015년 세 차례 출간된 유엔의 ‘세계 행복 보고서’를 요약한 책으로 웰빙과 행복에 대한 세계적 추세와 한국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순신의 7년 1, 2
    정찬주 지음/ 작가정신/ 1권 328쪽, 2권 320쪽/ 각 권 1만5000원


    “지는 지댈 디 읇는 백성덜의 신하가 되구 싶구먼유. 무장이 되어 변방 백성덜을 지켜주는 신하가 되겄슈.” 정찬주는 백성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을 그린다. 이를 위해 소설 속 이순신은 충청도 사투리로 이야기하며, 두려워하고 고민하고 망설이는 모습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를 그린 대하소설로 전라남도 도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이다. 




    호밀빵 햄 샌드위치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열린책들/ 424쪽/ 1만3800원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 속 주인공이자 작가의 분신인 헨리 치나스키의 성장소설. 떠돌이, 술주정뱅이, 호색한, 경마 도박꾼으로 밑바닥 삶을 대변하는 인물인 치나스키는 미국 문학사상 가장 강렬한 ‘안티 히어로’로 꼽힌다. 1982년에 쓴 이 소설은 아버지의 폭압과 가난, 끔찍한 피부질환에 시달리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소년 치나스키의 반항과 일탈을 그렸다.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갤리온/ 420쪽/ 1만5000원


    타고난 기억력이란 없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시험을 앞뒀거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이처럼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있을까.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05년 전미(全美) 메모리 챔피언십을 취재하던 중 고대 기억법을 접하고 1년 뒤 직접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 참가해 우승했다. 저자가 1년 동안 세계 기억력 고수들로부터 전수한 기억법과 기억의 작동 방식을 소개했다.




    직설 무령왕릉
    김태식 지음/ 메디치미디어/ 480쪽/ 2만2000원


    1971년 7월 김영배 당시 국립박물관 공주분관장이 산돼지에 쫓겨 다니는 악몽을 꾼 이튿날 한국 고고학계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 터진다. 충남 공주 송산리 고분군의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무령왕릉을 발굴한 것. ‘연합뉴스’에서 학술 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45년 만에 무령왕릉 발굴 전 과정을 추적했다. 도굴을 방불케 한 졸속 발굴의 이면에는 ‘민족주체성’을 앞세운 박정희 유신정권의 이데올로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녹턴
    김선우 지음/ 문학과지성사/ 179쪽/ 8000원


    ‘녹턴’에 실린 시 67편은 사랑가이자 진혼가다. 첫 시 ‘花飛, 그날이 오면’에서 “당신뿐/ 당신뿐/ 대지여”를 애타게 부르지만 마지막 시 ‘花飛, 먼 후일’에서는 “삶이여/ 먼저 쓰는 묘비를 마저 써야지// 잘 놀다 갔다/ 완전한 연소였다”라면서 사라진다. ‘녹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om’은 오전(a.m.)도 오후(p.m.)도 아닌, 아직은 어둡지만 절망적이지 않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시공간을 가리킨다.




    시집살이 詩집살이
    김막동 외 8명 지음/ 북극곰/ 184쪽/ 1만2000원

    전남 곡성 심심산골의 김막동, 김점순, 도귀례, 박점례, 안기임, 양양금, 윤금순, 조남순, 최영자 등   9명의 할머니가 시집을 냈다. 김점순 할머니는 ‘눈’이란 시에서 “눈이 사뿐사뿐 오네/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사뿐사뿐 걸어오네”라며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워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두 번째 ‘詩집살이’를 하면서 치유와 위로를 경험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