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5

2016.04.27

경제

테슬라 돌풍에 묻힌 전기차의 허상

계속되는 리콜, 각종 사고…‘친환경차’ 이미지는 환상일 뿐

  • 오원석 IT 전문 프리랜서 gq.wonseok@gmail.com

    입력2016-04-25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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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전기자동차(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3월 31일(현지시각) 새 전기차 ‘모델3’를 공개했다. 사전예약 접수창구도 이날 열렸다.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다는 발표가 나가고 하루 만에 약 11만 명이 신청서를 작성했다. 일주일 동안 전 세계에서 밀려든 예약 신청서가 33만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이찬진 전 드림위즈 대표 등을 비롯해 정보기술(IT)업계의 이른바 ‘빅마우스’ 수백여 명이 모델3를 사전에 구매했다.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테슬라 돌풍’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에까지 당도했다.

    모델3 돌풍을 보면 사람들이 테슬라가 만들어갈 미래 전기차 기술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테슬라는 미래 전기차 산업의 선구자일까. 테슬라는 항상 옳은가.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곰곰이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면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테슬라 광풍에 숨은 불안에 관한 것이다.

    모델3는 테슬라의 보급형 제품이다. 제로백은 6초 미만으로 강력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최근 자동차업계에 화두로 떠오른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고, 한 번 충전하면 350km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의 급속충전 기술까지 적용되면서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3000만~4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준수한 성능에 착한 가격까지 더해져 모델3는 발표와 동시에 IT와 자동차업계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현대자동차 ‘소나타’ 값으로 그야말로 미래를 손에 쥐고, 110만 원으로 사전예약만 하면 미래까지 예약하는 셈이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엑스’와 머스크 개인에 관한 각종 신화적 찬사까지 더해졌으니 누구나 모델3를 탐내는 지금 분위기는 어쩌면 자연스럽다.

    하지만 신화와 신뢰는 다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테슬라의 부족한 생산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하기 어려운 품질 관리 문제다. 테슬라는 한 번도 대량으로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 없는 신생 업체일 뿐이고, 품질은 더욱 믿을 수 없는 초기 자동차업체에 불과하다.





    부족한 생산 능력과 품질

    먼저 테슬라가 과연 모델3 같은 양산형 자동차를 제때 생산할 능력을 갖춘 기업인지 의문이다. 2012년 처음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 ‘모델S’는 2015년 총 5만580대가 팔렸다. 테슬라는 2015년 4분기(10~12월)에만 모델S 총 1만7400대를 고객에게 양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숫자가 테슬라에 기록적인 성과라는 점이다. 2014년 모델S 출고 성적은 3만3150대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 도요타의 대표 모델 ‘캠리’는 2015년 한 해 미국에서만 총 42만9355대가 팔렸다. 슈퍼카인 모델S와 양산형 자동차 캠리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 능력이 기존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전예약 접수창구가 열리고 일주일 만에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델3를 예약했는데, 테슬라는 과연 차량을 고객에게 제 시간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모델3의 일주일 사전예약 대수는 중국에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팔린 모든 전기차 대수를 누적한 것보다 많다.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거둘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테슬라 자동차의 품질도 아직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테슬라는 4월 11일 ‘모델X’의 리콜을 단행했다. 3열 시트의 부품이 문제가 됐다. 시트 경첩에서 결함이 발견돼 주행 중 충격을 받을 경우 시트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올해 3월 이전에 생산한 모델X 2700여 대가 리콜 대상이다. 차량의 기본 설계와 생산, 조립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인 셈이다.

    테슬라의 크고 작은 품질 이슈는 해마다 반복됐다. 테슬라는 2015년 안전띠 결함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한 모델S 9만여 대를 다시 불러들였다. 2014년에는 충전 중 화재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모델S 2만9000여 대를 리콜했다. 2013년에는 모델S의 화재 사건이 계속 터져 전기차의 안전성 자체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모델S가 충돌 또는 고열 등 급변하는 환경에 의해 폭발하거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도로에서 충돌 직후 불길에 휩싸인 사고가 나는 등 테슬라는 안전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부침을 겪는 중이다.

    테슬라는 과연 지난 과오를 극복하고 1년에 자동차 수십만 대를 문제없이 만들 수 있을까. 전 세계 테슬라 운전자의 요구사항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결함을 최소화할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을까. 지난 50여 년 동안 기존 완성차 업체가 구축해온 생산과 설비, 부품, 네트워크, 판매 등 모든 인프라를 테슬라가 너무 빨리 뛰어넘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문제다.

    테슬라 밖에도 불안은 있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옳은 길이라는 기대감이 바로 그것이다. 테슬라 전기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친환경 미래 자동차 기술이라는 이미지에 크게 기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전력 생산에 쓰는 재료에 따라 친환경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특히 한국처럼 원자력과 화석연료 발전이 전력 대부분을 생산하는 나라에서는 전기차의 친환경 딱지는 환상에 불과하다.



    전기차가 친환경이라는 환상

    최근 홍콩에서 나온 연구 결과가 무척 흥미롭다. 테슬라 모델3와 독일 자동차기업 BMW ‘320i’ 차량이 15만km를 주행할 때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비교했더니, 모델3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모델3는 15km를 달리기 위해 먼저 이산화탄소 21.3t을 배출한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다.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는 5.2t,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는 0.6t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또한 모델3는 15km를 달릴 때 총 27.1t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휘발유로 달리는 320i는 어떨까. 15km를 달릴 때 연소되는 휘발유에서 이산화탄소 20t이 배출되고, 이 휘발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2.2t이 나온다.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는 테슬라와 똑같은 0.6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320i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2.8t이다.

    테슬라의 친환경 이미지가 홍콩에서 뒤집힌 까닭은 홍콩의 전력발전이 석탄 연료에 크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는 전체 발전용량의 60% 이상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말하자면 전기차의 친환경 이미지는 지역의 발전소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한국도 홍콩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한국전력공사의 2월 전력통계속보를 보면 2월 전국 발전소는 총 4만3424GWh(기가와트시) 전력을 생산했다. 이 가운데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이 1만4165GWh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전력원은 단연 석탄이다. 석탄 발전은 2월 한 달 총 1만 3890GWh였다. 가스(8585GWh)와 유류(5150GWh) 발전소가 그 뒤를 이었다.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는 수력(434GWh)이나 대체에너지(1202GWh)는 전 국토를 지탱하는 발전 용량 가운데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전기발전 용량의 64%가 넘는 에너지가 원자력과 석탄에서 나오는 셈이다.

    테슬라 전기차가 한국 자동차시장에 안착했을 때 과연 한국의 도로가 친환경적으로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것만큼 불편한 얘기다. 전기차 보급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확산하려면 친환경 에너지 보급이 필수적으로 선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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