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5

2016.02.17

스포츠

프로야구 감독들의 생존경쟁

삼성 류중일, NC 김경문, SK 김용희, kt 조범현 재계약 앞두고 살얼음판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02-16 16: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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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프로야구는 단장 등 구단 경영진이 주도하는 프런트야구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여전히 감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단장의 야구다. 매년 스토브리그에 정상급 스타 수십여 명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쏟아진다. 주전급으로 확대하면 그 수는 배가된다. 미국뿐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쿠바, 멕시코 등 중남미는 물론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도 스카우트가 이뤄진다. 단장이 거대한 시장에서 재료(선수)를 구매하면 주방장(감독)은 자신의 영역(그라운드)에서 솜씨를 발휘해 요리를 하는 구조다.
    메이저리그에도 끊임없는 혁신으로 야구 역사를 바꾼 토니 라 루사(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사장) 같은 위대한 감독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선수단 구성 권한은 절대적으로 단장에게 있다. 류현진이 뛰고 있는 LA 다저스는 중요한 경기의 선발투수를 단장과 감독, 경영진이 함께 하는 회의에서 결정하기도 한다. 그만큼 감독의 구실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에 비해 시장이 절대적으로 작다. 재료보다 주방장만의 비법이 중요한 구조다. 단장이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도 시장에서 보강할 수 있는 전력에 한계가 있다.



    2016시즌 숨은 변수

    프런트 역량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분야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다. 팀별로 3명씩(kt 위즈는 신생팀 혜택으로 2016시즌까지 4명 보유) 계약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는 예산과 정보력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감독보다 실무진의 능력과 단장의 판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 이종운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등은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날아가 외국인 선수를 직접 뽑아오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독의 높은 위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그만큼 감독 선임과 재계약, 경질은 전력을 구성하는 데 첫 단계다. 감독의 신망과 능력에 따라 코치 10여 명뿐 아니라 전력분석, 스카우트 요원이 함께 움직이는 경우도 많아서 감독에 대한 구단 경영진의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영향력이 큰 만큼 감독 계약 마지막 해는 팀에게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다. 시즌 중반까지 높은 순위에 도달하지 못하면 당장 코칭스태프부터 내년 시즌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게 된다. 감독과 함께 팀에 합류한 코치들의 경우 심적 동요가 더 크다. 선수들 역시 새 감독이 누가 될 것이냐에 관심을 기울인다. 순식간에 리더십이 실종되고 레임덕이 오는 경우도 잦다.
    건강한 철학을 갖고 있지 못한 감독의 경우 재계약을 위해 팀을 무리하게 운영하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장기적인 시선으로 팀 전력을 키우지 못해 신인과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 부작용도 따른다.
    1월 15일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돌입했다. 10개 팀 가운데 올해 감독 계약이 끝나는 팀이 4개다. 나머지 6개 팀 감독은 현장에서 계약 마지막 해보다 더 위험한 시기라고 보는 계약 종료 한 시즌 전을 맞는다. 2016시즌의 숨어 있는 큰 변수다.
    가장 주목받는 사령탑은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다.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여기에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했고 재임 5년 동안 100%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했다. 흠 잡을 데 없는 성적이지만 올해 삼성은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5시즌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하고도 지난해 주축 투수 3명이 도박 혐의로 한국시리즈에서 뛰지 못해 준우승에 그친 점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아팠다. 이미 방출한 임창용이 불법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1000만 원 벌금형에 처해졌고 윤성환, 안지만은 여전히 수사를 받는 등 팀 상황이 뒤숭숭하다. 현장에서는 류중일 감독이 커다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2위를 하고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도 3년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다. NC 창단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은 단기간에 신생팀을 정상권으로 이끌며 NC와의 1차 계약 마지막 해였던 2014시즌이 시작되기도 전 파격적으로 연장 계약을 했다. 올해 구단은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박석민과 4년 96억 원이란 초대형 계약을 했다. 김경문 감독에게는 큰 선물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NC는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와도 재계약을 해 일본과 미국 등 다른 리그 진출을 막으며 역대 최강 타선을 완성했다. 삼성의 전력이 약해졌고 안지만과 윤성환의 정상적인 기용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NC는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생애 첫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재계약 확률은 100%이다. 계약 마지막 해 부담을 덜기 위해 2013년처럼 연장 계약을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불안감 큰 계약 마지막 해

    SK 와이번스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시즌 종료 후 김용희 감독 재신임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감독을 놓고 경질도 아닌 재신임을 발표한 것은 그만큼 주변의 불안한 시선과 의혹이 많이 따랐기 때문이다. 김용희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최근 흐름인 3년이 아닌 2년 계약을 했다, 삼성의 대항마 혹은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5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위상이 흔들렸다. 구단은 재신임을 했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한 계약 마지막 해다. 김용희 감독은 취임 전 SK에서 퓨처스(2군) 감독을 거쳐 육성위원으로 프런트까지 경험했다. SK는 김용희 감독에 이어 박경완 현 배터리 코치에게 퓨처스 감독과 육성위원이라는 똑같은 코스를 밟게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포석이며 SK만의 시스템 구축이지만 마치 후임자가 정해진 듯한 모습은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
    1군 데뷔 두 번째 시즌을 앞둔 조범현 kt 감독도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다. 2014년 첫해를 퓨처스리그에서 보냈기에 3년이 더 짧게 느껴진다. 지난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고 팀 설계를 기대 이상으로 마치며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2014년 NC처럼 시즌 시작 전 연장 재계약 가능성도 있다.
    양상문 LG 트윈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김기태 KIA 타이거즈,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2017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올해가 데뷔 시즌이지만 2년 계약을 맺어 부담이 더 크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도 2017시즌이 계약 종료 해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만큼 상대적으로 홀가분하다. 계약기간이 2년 남은 감독의 경우 최악의 부진을 보이면 구단이 빠른 교체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 마지막 해 무리한 운영을 방지하고 빠른 변화를 가져오려는 결정이다. 그만큼 감독 계약 마지막 시즌 직전 해를 맞는 사령탑들에게 더 큰 바람이 불어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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