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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장난삼아 써도 신고되면 법적 부부

혼인신고서의 효력

장난삼아 써도 신고되면 법적 부부

장난삼아 써도 신고되면 법적 부부
흔히 부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이가 더러 있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계약결혼이라며 혼인신고 없이 동거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신고혼주의(법률혼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혼인신고를 해야 법률상 정식 부부가 된다. 혼인신고에 대해 신중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혼관계는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남녀가 혼인하려는 마음을 가지고(의사를 가지고) 실제 함께 부부생활을 하는 상태(실체적 부부공동생활의 형성)를 가리킨다. 사실혼관계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까닭에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사실혼배우자가 사망해도 상속받지 못하고, 아기를 낳아도 혼외자로 추정되며, 양가 친척들 간에도 인척관계가 맺어지지 않는다.
반면, 혼인관계의 실체가 없음에도 혼인신고만 된 경우도 있다. 결혼상담소를 통해 소개받은 외국 여성과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외국 여성이 입국하지 않거나 입국한 후 바로 가출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한국 남성은 혼인신고를 무효로 돌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결국 실체적인 결혼생활은 해보지도 못하고 이혼소송을 통해 이혼남이 되는 딱한 사람이 적잖다.
최근 한때 사귀던 여성에게 장난삼아 혼인신고서를 작성해준 남성이 난처한 상황에 처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A씨는 다른 여성과 결혼을 앞두고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하다 자신이 유부남으로 등재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A씨가 장난삼아 작성해준 혼인신고서를 옛날 여자친구인 B씨가 실제 행정관청에 접수한 것. A씨는 이 일로 결혼할 여자와 헤어지고 말았다. 더욱 황당한 일은 B씨가 새로 만난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는데, A씨가 졸지에 그 아이의 법적 아버지가 된 것이다. A씨와 B씨 모두 혼인관계 해소를 위해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혼인신고서는 혼인의 일방 당사자가 혼자 접수할 수 있지만 신고서에 담긴 혼인의 의사는 양 당사자에게 모두 존재해야 한다. 혼인신고서만 접수됐을 뿐 혼인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혼인 무효 사유가 된다. 문제는 실제 혼인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만일 법원이 혼인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인다면 이혼을 원하는 사람들이 법상 이혼 절차를 밟지 않고 혼인 자체를 무효로 만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친생 문제도 마찬가지다. 배우자로 혼인신고된 여성이 출산한 아기의 법적 아버지는 혼인신고서에 쓰인 남편이 된다. 우리 민법을 보면 ‘처가 혼인 중에 포태(胞胎)한 자(子)는 부(父)의 자(子)로 추정’하고 ‘혼인 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돼 있다. 친생자추정 규정이다.
이러한 친생자추정은 결국 친생자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야 깨뜨릴 수 있다. 결국 장난삼아 써준 한 장의 혼인신고서 때문에 이혼남이 되고 친생자부존재확인 소까지 제기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혼인은 인륜대사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기 바란다. 혼인이라 함은 실체와 형식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혼인관계의 실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 혼인신고 없이 쉽게 동거를 시작하거나, 무턱대고 혼인신고부터 해버리는 일은 큰 후회를 부른다.
 






주간동아 2016.01.20 1022호 (p42~42)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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