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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중재자? 우리는 북핵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

“한미일 협력은 비핵화 필요조건…  대화 올인 말고 압박과 억지, 플랜B 등 복합 전략 구사할 시점”

“중재자? 우리는 북핵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회동할 때만 해도 금세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 같던 북핵 문제가 한 달이 다 되도록 오리무중 상태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이라는 과거사를 수출규제라는 경제 문제와 결부시켜 반일 감정에 불을 지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일 갈등을 틈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공개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북핵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려면 현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김홍균 전 본부장은 “우리 안보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체제를 토대로 하고 있다”며 “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대화에 ‘올인’하는 단선적 전략이 아닌 대화와 압박, 억지, 플랜B 등 복합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느슨한 틈 노린 KADIZ 침범

7월 23일 러시아와 중국이 KADIZ를 동시에 침범했습니다. 

“최근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북방의 3각 협력체제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동맹 수준으로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에 비해 한국과 일본은 멀어지면서 한미일 3각 협력체제가 느슨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KADIZ를 동시에 침범한 일은 공백이 생긴 한미일 협력의 틈을 더 벌리기 위한 의도로 한번 찔러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는 시점을 노려 KADIZ를 침범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자 방일, 방한하는 볼턴 보좌관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기 위함이라는 것. 실제로 볼턴 보좌관의 한일 연쇄 방문 이후 한미일 연대가 강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한일 간 ‘독도 영유권’이라는 새로운 이슈가 부각돼 갈등이 더 커진 측면이 없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의 KADIZ 침범에 대해 일본이 엉뚱하게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군용기가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 사격을 한 것은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이라면서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일 갈등을 부추겨 한미일 3각 협력체제에 균열을 가져오려는 의도에 일본이 적극 부응하고 나선 셈이다. 김 전 본부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동북아의 지정학적 구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北의 전략자산 과시와 재도발 의도

중국, 러시아의 KADIZ 침범 시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잠수함 건조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마치 북·중·러가 짜고 치듯 한미일을 향해 무력시위를 한 형세인데요. 

“김 위원장이 신형 잠수함 건조 현장을 방문한 것은 미국 측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전략자산인 SLBM 3기를 장착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을 보란 듯이 과시하면서 미국에 압력을 가하려는 거죠.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여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미국 측에 자신들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거죠.”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북·미 정상이 3차례, 남북 정상이 4차례 만났지만 여전히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핵개발을 해온 것은 국가 생존전략에서 비롯됐습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 핵 억지력을 갖게 됐다’고 얘기하고 있고요. 그런 그가 3대에 걸쳐 어렵사리 완성한 핵무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냐, 체제 생존이냐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했을 때라야 비로소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겁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강력한 대북제재로 김 위원장의 핵 포기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2017년 12월 발표된 2397호까지 유엔 안보리는 6개의 대북제재안을 통과시켜 대북 압박의 틀을 완성했습니다. 다만 제재 효과는 일정 기간 제재가 이행된 후에나 나타납니다. 그런데 북한이 2018년 초부터 평화공세를 펴면서 국면 전환에 나섰죠.” 

우리 대북특사가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이후부터 대화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북한을 다녀온 대북특사가 김 위원장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왜 핵무기를 갖겠느냐’고 말했다며 비핵화를 결단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과연 북한이 과거 입장에서 달라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북한이 늘 주장해오던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과 크게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죠.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두 전제조건에는 모든 것이 담길 수 있습니다. 한미연합훈련,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주한미군 주둔 문제, 나아가 한미동맹까지…. 결국 하노이 회담에서 진실의 순간이 찾아왔죠.” 

북한이 영변과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려다 ‘노딜’로 끝났습니다. 

“북한이 영변을 내놓을 테니, 대북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한 것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남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겁니다.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더라도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와 추출해놓은 핵물질, 그리고 영변 이외에 숨겨놓은 농축우라늄 시설 등은 그대로 보유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니까요.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겠군요.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된다면 우선 비핵화에 대한 정의부터 합의해야 합니다. 최종적인 비핵화가 무엇인지 개념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까지 만들어야 하죠. 그래야 진정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등 완전한 비핵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동결 수준에서 북한과 합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우리와 달리 트럼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이 악화되지 않고 동결 상태에 있더라도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된 뒤 한반도를 전쟁 위기에서 구해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 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에 억류돼 있던 인질도 모두 본국으로 돌아왔고 미군 유해까지 송환되고 있다’는 점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재선 캠페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어도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하노이에서 드러난 진실의 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7년 12월 22일(현지시각)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새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채택했다. [조선중앙통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7년 12월 22일(현지시각)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새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채택했다.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텐데요.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는 게 유리할지, 아니면 민주당 새 대통령이 더 유리할지 따져보고 행동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재선에 방해가 될 도발을 자제하겠지만, 도발을 통해 위기를 조성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포착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해온 오래된 전략을 쓴다면 어느 단계에서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공개한 것도 ‘언제든 도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스스로 얘기했기 때문에 도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얻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도발에 적극 나설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도발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정국과 맞물려 한반도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김 위원장과 합의를 통해 도발을 무마하려 할 수 있겠지만, 국내 여론을 밖으로 돌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면 화염과 분노 상황이 재현될 개연성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우리에게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대비를 철저히 해야겠죠.”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이 끝나는 내년 말까지 1년 이상 버틸 수 있을까요. 

“중국의 역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직접적으로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을 간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최근 북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에 무역외수지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외화 부족분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쌀을 지원할 수 있고, 해상 불법 환적이나 국경 밀무역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지원하는 원유가 연 400만 배럴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텐데요. 

“정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반드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결기를 갖지 않으면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만 맡겨두면 핵을 동결하고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수준에서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핵무기와 핵물질, 은닉 핵시설이 남아 있는,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합니다. 우리 후손에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물려줄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북핵 중재자가 아니라 직접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당사자입니다. 북핵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합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미국을 독려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독창적인 방안을 적극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창적인 방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올인해서는 곤란합니다. 대화 트랙을 유지하되,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북한을 압박하는 트랙도 함께 가져가야죠. 또한 우리가 북한을 억지하고 방어하려는 노력도 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외교적 협상이 결렬됐을 때를 대비한 플랜B도 마련해야 하고요.” 

김 전 본부장은 “해상 불법 환적 단속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 단속에 우리 정부가 적극 참여하고, 우리 기업과 은행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미국과 함께 중국, 러시아 측에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동남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에도 대북제재 이행 요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 폐지와 축소로 연합 방위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현재 1년마다 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다년간 협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한미 간 논의하고 있는 전시작전권 전환 협상도 철저히 군사적 관점에서 조건에 부합하는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한미동맹 강화는 핵 억제력을 키워 북핵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한다”며 “북·미 간 외교적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해 플랜B도 마련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 결렬 대비한 세 가지 플랜B

“외교적 협상이 결렬됐다고 곧바로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치닫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이 여러 옵션을 만들어둬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김 전 본부장은 세 가지 방안을 플랜B로 제시했다. 첫째는 세컨더리 보이콧 강화 등 대북제재 강화 방안, 둘째는 미국의 핵확장 억제 강화, 셋째는 한미연합훈련 부활이다. 

“우리와 미국 사이에는 ‘2+2 확장 억제전략 협의회’가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열리지 않고 있어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의 핵확장 억제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위해 축소하고 폐지했던 한미연합훈련을 부활시키는 방안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한미연합훈련을 폐지한 것은 외교적 협상을 돕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대화에서 결실을 맺지 못하면 훈련을 부활시켜야죠. 대화 외에도 압박과 억지, 플랜B 등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우리가 원하는 실질적인 북핵 문제 해결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꺼내 든 이후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강제징용과 관련 없는 수출규제 카드를 일본이 꺼내 든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로, 반드시 시정케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맞대응하려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카드를 꺼내는 것은 하책에 하책으로 대응하는 겁니다. 동북아 안보 지형이 크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일에 그때그때 대응하려 해서는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기 어렵습니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략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에서 경제 문제로, 다시 안보 문제로까지 갈등이 확대되면 동북아의 지정학적 상황 변화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우리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미일 3각 협력체제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 국익을 지켜왔다”며 “동북아의 지정학적 상황 변화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려면 기존 안보 토대가 흔들리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일본과 협력도 중요합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체제는 북한 비핵화를 이루는 필요조건입니다. 여기에 유럽,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이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와 이해를 같이하고 우리 입장을 지지하도록 우군을 확보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반드시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주간동아 2019.07.26 1199호 (p12~15)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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