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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치명적 교란 노리는 그림자 전쟁

美 비밀작전에 이란 맞대응

치명적 교란 노리는 그림자 전쟁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특수공작단(SOG)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특수공작단(SOG)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네이비 실(Navy SEAL) 6팀(Team six)은 그동안 세계 최강의 전사들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일명 데브그루(DEVGRU)로 불리는 6팀은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해 있던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면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당시 작전에 데브그루보다 더 막강한 특수부대가 함께 투입됐다는 사실은 비밀에 부쳐졌다. 그 이유는 이 특수부대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CIA의 작전부 산하에는 준군사부서인 특수활동국(Special Activities Division·SAD)이 있으며, 그 예하에는 특수공작단(Special Operations Group·SOG)과 정치공작단(Political Action Group·PAG)이 있다. 

SOG는 냉전시대에 제3세계권에서 각종 쿠데타를 유도하는 것을 비롯해 요인 체포와 암살 등 말 그대로 ‘더러운 임무’를 수행해왔다. SOG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수개월 전 바그다드 등에 잠입해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SOG는 지금도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지원하는 등 각종 분쟁에 개입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SOG 요원은 대부분 데브그루와 육군 델타포스 등 최정예 특수부대원 출신이다. PAG는 정치적 영향, 심리전, 경제전쟁과 관련된 비밀공작을 비롯해 사이버전까지 수행하고 있다.


특수공작단과 정치공작단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네이비 실의 데브그루 대원들. [Reddit]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네이비 실의 데브그루 대원들. [Reddit]

미국 정부가 강력한 제재 조치에도 핵개발로 위협하면서 버티고 있는 이란 정권을 붕괴시키고자 CIA를 동원해 ‘그림자 전쟁(Shadow War)’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림자 전쟁이란 사이버전, 반군 지원, 함정 등 무기·장비의 무력화, 통신 등 기간시설 파괴, 반정부 시위 조장 및 민심 교란과 가짜뉴스를 이용한 심리전을 통해 작전에 투입된 병력과 장비가 국가적 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숨긴 채 벌이는 군사작전을 뜻한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도 부르는 그림자 전쟁을 효과적으로 구사해온 국가로는 러시아를 들 수 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동부지역에서 주민들의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고,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맞서 무력충돌을 벌이게 했다. 러시아는 이 틈을 노려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했으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자치정부가 세워졌다. 

미국 정부도 이란의 신정체제 붕괴를 위한 비밀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과 군이 백악관의 지시를 받아 최근 페르시아만에서 무력 도발을 벌이는 이란에 대응할 수 있는 비밀작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6월 23일자). 미국에서 비밀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정보기관은 CIA를 가리킨다. CIA는 비밀작전에 나설 때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예하의 특수부대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미국 정부가 이란과 그림자 전쟁에 돌입한 것은 전면전을 벌일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0일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군사공격을 승인했다 10분 전 전격 취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페르시아만 지역을 정찰해온 미군 무인기를 대공미사일로 파괴하자 미국 백악관 안보 담당 참모들과 국방부, 국무부 등 정부 주요 부서 장관 및 의회지도자들은 보복 공격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으로부터 이란에서 15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공격 취소 명령을 내렸다. 당시 상황에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그대로 진행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플랜B’로서 이란과의 그림자 전쟁을 승인한 것이다. 



CIA는 2017년 6월 ‘이란 임무센터(Iran Mission Center)’를 창설해 지금까지 핵·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된 이란 정보들을 수집, 분석해왔다. 이 부서의 책임자는 마이클 댄드리아 전 CIA 대테러센터장이다. 1979년부터 CIA에서 일해온 댄드리아는 ‘어둠의 왕자’ ‘아야톨라 마이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슬람으로 개종까지 한 그는 빈라덴 추적 작전과 무인기를 이용한 무슬림 테러리스트 제거 작전을 지휘하는 등 비밀작전의 베테랑이다. 지나 해스펠 CIA 국장도 여성으로는 최초의 국장인 데다, 2013년 작전부 부장을 지내는 등 지난 30여 년간 해외공작과 비밀작전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공작요원 출신이다. 이 때문에 해스펠 국장이 이란과의 그림자 전쟁을 지휘할 적임자라고 볼 수 있다.


비밀작전의 베테랑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습 등에 대비해 나탄즈의 핵시설을 
방어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습 등에 대비해 나탄즈의 핵시설을 방어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공작을 담당하는 알 쿠드스 대원들. [iranbriefing.net]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공작을 담당하는 알 쿠드스 대원들. [iranbriefing.net]

특히 CIA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와 함께 2010년 이란의 나탄즈 원심분리기 시설과 부세르 원전에 컴퓨터 웜바이러스 ‘스턱스넷’을 투입시켜 막대한 피해를 입힌 바 있다. CIA는 앞으로 모사드와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이란에 대한 각종 비밀작전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모사드는 2007년부터 이란 핵과학자 6명을 암살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미사일기지 폭파 등 각종 공작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정부도 미국 CIA와 모사드에 맞서 베바크(VEVAK·국가정보보안부, 영어의 줄임말은 MOIS)를 앞세워 비밀작전을 강화할 전망이다. 또한 최정예 군사조직인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공작을 전담하는 ‘알 쿠드스(Al Quds)’ 부대의 활동을 적극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알 쿠드스는 아랍어로 예루살렘을 뜻한다. 알 쿠드스 부대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특수부대 가운데 하나다. 페르시아만 인근 오만해에서 5월 13일 발생한 유조선 2척의 피격 사건도 알 쿠드스 대원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이란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 대응으로 페르시아만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듯하다.






주간동아 2019.07.05 1196호 (p54~56)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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