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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 와인 포 유

여름엔 상큼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40여 년 짧은 역사에도 숙성된 맛 일품

여름엔 상큼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품종은 허브향이 특징이다. 사진은 뉴질랜드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왼쪽). 뉴질랜드 와이너리 내부. [사진 제공 ·뉴질랜드 무역진흥청]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품종은 허브향이 특징이다. 사진은 뉴질랜드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왼쪽). 뉴질랜드 와이너리 내부. [사진 제공 ·뉴질랜드 무역진흥청]

여름에 마시기 좋은 상큼한 와인을 찾는다면 단연 뉴질랜드 와인이다. 청정자연을 가진 뉴질랜드는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에도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다. 건강한 자연이 만든 신선한 뉴질랜드 와인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뉴질랜드의 와인 역사는 길지 않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술집이 오후 6시면 문을 닫았고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오후 5시에 퇴근하면 6시까지 한 시간 동안 술을 마구 들이켠다고 해 ‘식스 어클록 스윌(six o’clock swill)’이라는 말이 있었다.


말버러에 심은 소비뇽 블랑, 신의 한 수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테 코코 소비뇽 블랑,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 빌라 마리아 셀러 셀렉션 소비뇽 블랑, 마투아 소비뇽 블랑(왼쪽 부터).  [사진 제공 ·김상미]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테 코코 소비뇽 블랑,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 빌라 마리아 셀러 셀렉션 소비뇽 블랑, 마투아 소비뇽 블랑(왼쪽 부터). [사진 제공 ·김상미]

뉴질랜드가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3년 영국이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하면서 낙농 제품, 육류, 양모 등의 수출이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찾은 것이 와인이다. 인구가 집중된 북섬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긴 했지만, 섬나라 특성상 기후가 습해 잦은 병충해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다 1970년대 말 남섬 북단에 위치한 말버러(Marlborough) 지역이 와인산지로 개발됐는데, 이곳에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심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여기서 만든 화이트 와인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뉴질랜드가 일약 세계적인 와인산지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소비뇽 블랑은 원래 프랑스 보르도(Bordeaux)와 루아르(Loire)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이곳의 소비뇽 블랑은 돌이나 조개껍데기 같은 미네랄향이 특징이다. 반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에는 허브향이 가득하다. 풍부한 과일향에 어우러진 싱그러운 허브향을 즐기다 보면 들꽃으로 가득한 초원을 걷는 느낌이다.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는 말버러 지역 초창기에 설립된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로, 뉴질랜드 와인을 세계무대에 진출시킨 주인공이다. 레몬, 라임 등 과일향이 생생하고 서양란의 은은함과 허브향도 느껴진다. 우아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와인이다. 가격은 5만 원. 

테 코코(Te Koko)는 클라우디 베이가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내놓은 소비뇽 블랑 와인이다. 원래 상큼하게 마시는 소비뇽 블랑은 오크 숙성을 거치는 경우가 드물다. 테 코코는 농익은 과일향과 묵직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가격은 9만 원. 



킴 크로포드(Kim Crawford)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뉴질랜드 와인으로 유명하다. 와인 전문매체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매년 선정하는 100대 와인에 네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새콤한 라임, 달콤한 열대과일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싱그러운 풀향이 난다. 가격은 4만8000원. 

빌라 마리아(Villa Maria) 소비뇽 블랑도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많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빌라 마리아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성공한 와이너리로도 정평이 나 있다.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은 생기가 넘치고, 셀러 셀렉션 소비뇽 블랑은 그윽한 향미가 매혹적이다. 가격은 프라이빗 빈 3만6000원, 셀러 셀렉션 4만8000원. 

마투아(Matua) 소비뇽 블랑은 2017년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100대 와인에 이름을 올렸다. 마투아는 1974년 뉴질랜드에서 소비뇽 블랑을 처음 생산한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감귤류, 열대과일, 허브 등 모든 향미가 조화롭고 균형미가 탁월하다. 가격은 5만 원.


풍부한 과일향의 피노 누아도 강추

쁘띠 끌로 피노 누아, 워번 스톤 피노 누아, 아스트로라베 피노 누아(왼쪽 부터).  [사진 제공 ·김상미]

쁘띠 끌로 피노 누아, 워번 스톤 피노 누아, 아스트로라베 피노 누아(왼쪽 부터). [사진 제공 ·김상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샐러드와 즐겨도 좋지만, 특유의 상큼한 과일향과 신선한 허브향이 나물과도 잘 맞는다. 특히 고추전, 부추전 같은 채소전에 곁들이면 소비뇽 블랑의 산뜻함이 채소향과 어울리고 기름기도 개운하게 씻어줘 한층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소비뇽 블랑이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이라면 레드 와인으로는 피노 누아(Pinot Noir)가 있다.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가장 큰 매력은 풍부한 과일향이다. 한 모금 머금으면 딸기, 라즈베리, 크랜베리 등 붉은 베리의 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불고기나 잡채처럼 달고 짭짤한 음식과 과일향이 풍부한 피노 누아가 맛깔스러운 조화를 만들어낸다. 피노 누아는 가금류와도 어울리므로 닭구이나 오리백숙에 곁들여도 궁합이 잘 맞는다. 

끌로 앙리(Clos Henri)의 쁘띠 끌로(Petit Clos) 피노 누아는 프랑스의 도멘 앙리 부르주아(Domaine Henri Bourgeois)가 뉴질랜드에서 생산하는 와인이다. 뉴질랜드의 자연과 프랑스의 기술이 접목된 이 와인은 잘 익은 체리와 라즈베리향이 사랑스럽고 향신료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가격은 4만8000원. 

워번 스톤(Woven Stone)의 피노 누아는 뉴질랜드 북섬 남쪽 오하우(Ohau)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오하우는 햇살이 풍부하고 오하우강이 만든 자갈 토양의 물빠짐이 탁월해 최근 천혜의 피노 누아 산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워번 스톤 피노 누아는 크랜베리와 자두향이 산뜻하며 경쾌한 보디감이 특징이다. 가격은 7만5000원. 

아스트로라베(Astrolabe) 피노 누아는 1982년부터 뉴질랜드에서 와인을 만들어온 실력파 와인메이커 사이먼 웨그혼(Simon Waghorn)이 내놓은 와인이다. 체리, 딸기 등 달콤한 과일향과 살짝 그을린 오크향의 조화가 아름답고, 매끄러운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워 묵직한 와인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가격은 9만 원. 

한여름 더위에 지치고 피곤할 때 차게 식힌 뉴질랜드 와인 한 잔이면 몸이 깨어나는 것 같다. 깨끗한 자연이 주는 건강한 맛이 입맛을 되살리는 느낌이다. 보양식을 즐길 때 뉴질랜드 와인으로 향긋함을 더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주간동아 2019.06.28 1195호 (p76~77)

  •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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