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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어린 호통 대중을 사로잡다

백종원이 먹방·쿡방 원톱 된 이유

진심 어린 호통 대중을 사로잡다

[뉴스1, MBC 방송 캡처, tvN 방송 캡처, 홍태식, SBS 방송 캡처, 뉴스1]

[뉴스1, MBC 방송 캡처, tvN 방송 캡처, 홍태식, SBS 방송 캡처, 뉴스1]

5~6년 전 요리방송(쿡방) 열풍이 불면서 요리사 또는 음식전문가가 방송계 신주류로 부상했다. 새로운 포맷의 예능프로그램을 바라는 시청자의 수요에 더해, 그 즈음 본격화된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TV방송이 제작비 부담으로 기존 예능인 대신 전문가를 내세우는 전략을 써 먹방, 쿡방이 떠올랐다. 빅마마로 불리며 개그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대상까지 된 요리연구가 이혜정을 비롯해 최현석, 이연복, 샘 킴, 오세득, 이원일 등 많은 요리사가 방송계를 넘어 CF계까지 진출했다. 백종원 같은 음식사업가나 황교익, 박준우 같은 음식평론가도 각광받으며 백가쟁명의 시대를 열었다. 

그랬던 것이 백종원 원톱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요리사들은 전문 요리프로그램에서 여전히 영역을 지키고 있지만 예능계 전체를 흔드는 수준은 아니고, 이혜정은 주로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 활약한다. 음식평론가의 활동 반경도 제한적이고, 한때 케이블TV방송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까지 진출하며 급부상한 황교익의 기세도 많이 꺾였다. 백종원이 유일하게 예능계 블루칩으로 성장해 국민MC들에 버금갈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했다.


요리연구가에서 예능 블루칩으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기업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백종원. (왼쪽) 백종원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누리꾼의 공격을 받은 음식평론가 황교익. [뉴스1, 스포츠동아]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기업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백종원. (왼쪽) 백종원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누리꾼의 공격을 받은 음식평론가 황교익. [뉴스1, 스포츠동아]

케이블TV방송 Olive ‘한식대첩’,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tvN ‘집밥 백선생’, tvN ‘먹고자고먹고’,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등을 거쳐 요즘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tvN ‘고교급식왕’ 등에 출연하고 있고 하반기 출연작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서 백종원이 대상을 타지 못한 것이 대단히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SBS 예능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백종원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확고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기업인으로 출석해 발언했을 때 이례적으로 찬사가 쏟아졌고 황교익은 백종원을 비판했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런 그가 6월 11일 유튜브 채널을 열었는데, 메가 히트 채널의 기준인 100만 구독자를 이틀 만에 달성했다. 가히 백종원 시대라 할 만하다. 

출발은 비호감이었다. 배우 소유진과 결혼으로 이름이 알려졌을 때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었다. ‘돈으로 결혼한 프랜차이즈 부자’ 정도의 이미지였다. 이 부부에겐 악플 폭탄이 따라다녔다. 반전은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서 시작됐다. 이전에 SBS ‘힐링캠프’를 통해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반응을 얻었던 백종원은 마리텔에서 유머러스하고 소탈한 매력의 소유자임을 보여줬다. 사투리가 섞인 달변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었고, 자신이 중식도를 쓰는 이유가 단지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말하는가 하면, 요리를 망쳤을 때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는 ‘허당’ 매력도 선보였다. 또한 그의 단순한 요리법은 1인 가구 시대와 맞아떨어졌다. 갑자기 주어진 자기홍보 시간에 “와이프 좀 예뻐해주세요. 진짜로 좋은 사람이고 착한 사람입니다”라며 ‘부인바보’ 모습까지 선보였다. 백종원-소유진 부부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의외의 면모에 눈을 떴고, 백종원의 이미지는 호감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백종원의 음식이 설탕 등 자극적인 재료로 입맛을 현혹하는 수준이라는 악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문어발식 대기업 사업가라는 인식에 더해, ‘사람 좋은 아저씨’ 이미지가 ‘욕심 많은 포식자’ 이미지로 전환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으로 2차 반전이 연출된다. 백종원은 푸드트럭계 멘토로 나서면서 갖가지 메뉴에 통달한 놀라운 내공을 선보였다. 그러자 ‘자극적인 양념으로 현혹하는 얄팍한 요식업자’ 이미지가 ‘음식에 매진해온 열정적인 음식전문가’ 이미지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은 푸드트럭 업자들에게 장사 노하우와 요리 비법을 전수했다. 가게를 새로 꾸며주는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전문가가 비법을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어느 중년 사업가는 백종원의 조언으로 음식 맛이 마법처럼 바뀌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게 위기에 처한 푸드트럭들을 회생시켜주는 모습이 백종원을 절대호감으로 재탄생하게 했다. 수십 년 동안 체득한 비법을 아낌없이 전해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살을 내준 것과 같은데, 그 대가로 백종원은 대중의 절대적 지지라는 뼈를 얻었다. 영세업자들을 도와주자 마치 서민을 살리는 히어로 같은 이미지가 더해져 대형 프랜차이즈 골목상권 포식자라는 악평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에게 ‘까방권’(까임방지권의 준말로 누리꾼이 비난할 수 없다는 뜻)까지 발급됐다. 이러니 음식평론가 황교익이 백종원을 비판했을 때 대중이 궐기해 황교익을 공격한 것이다.


‘장사의 신’으로 독보적 이미지 구축

백종원은 유튜브 채널 개설 이틀 만에 10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백종원 유튜브 방송 캡처]

백종원은 유튜브 채널 개설 이틀 만에 10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백종원 유튜브 방송 캡처]

결정타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일부 음식점의 어처구니없는 실태에 충격받으며 그를 질타하는 백종원에게 감정이입했다. 백종원은 진심 어린 질책을 쏟아내 대중의 마음을 후련하게 했다. 위기에 처한 음식점을 기어이 살려내고 심지어 한 업자의 아들까지 갱생시키면서 그에게는 서민 히어로에 더해 인생스승의 위상까지 생겨났다. 

게다가 백종원은 먹방에서도 탁월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토크 되고, 인간미 겸비하고, 진정성까지 전할 줄 안다. 모두 대중이 원하는 가치들이다. 이러니 기존 요리사와 예능인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방송인이 된 것이다. 지나친 이미지 소모로 식상함을 초래하거나 사업체에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백종원의 위상은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백종원은 대세 미디어인 유튜브까지 접수했다. 이틀 만에 골드 버튼(100만 구독자) 자격을 획득했는데, 한류 스타들이 해외 팬들의 지지를 받는 데 반해 백종원 채널 구독자는 대부분 한국인이라 그의 압도적인 국내 위상이 다시금 입증됐다. 


백종원의 레시피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사진은 지난해 1월 백종원이 식당 경영인을 위해 출간한 레시피 서적. [사진 제공 · ㈜한국외식정보]

백종원의 레시피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사진은 지난해 1월 백종원이 식당 경영인을 위해 출간한 레시피 서적. [사진 제공 · ㈜한국외식정보]

그간 유튜브에는 ‘백종원 요리법’으로 불리는 변형된 형태의 동영상이 많이 유통됐는데 이를 좌시할 수 없던 백종원은 정확한 요리법을 공개하고자 채널을 개설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이 그 요리법을 참고하면서 백종원식 요리법은 한국 음식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요즘같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많은 ‘나홀로족’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백종원 레시피를 따라 한 인터넷 블로그 등이 업데이트됐을 정도다. 

시청자들이 기존 매스미디어보다 더 친밀감을 느끼는 유튜브의 특성상 백종원 채널 구독자를 중심으로 한 팬덤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 미디어에서 막연히 인기를 체감했던 것과 달리 유튜브 영향력은 구독자 수치로 정확히 계량되고 그 수치는 사회적 영향력으로 간주된다. 팔로어 수가 많을수록 미디어의 총아, ‘슈퍼 인플루언서’로 등극한다. 백종원의 경우 방송인, 사업가로서 위상이 지금보다 더 강화되는 것이다. 이미 방송가를 접수한 그가 뉴미디어로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돼가고 있다. 백종원 신화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간동아 2019.06.21 1194호 (p68~70)

  •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ear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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