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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홍콩 시위는 일국(一國) 대 양제(兩制)의 대결

시진핑의 ‘홍콩의 중국화’ 시도에 홍콩 시민 일단 승리

홍콩 시위는 일국(一國) 대 양제(兩制)의 대결

홍콩 시민들이 6월 16일 검은 옷을 입고 송환법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홍콩 시민들이 6월 16일 검은 옷을 입고 송환법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홍콩 관할권은 중앙정부가 전면적으로 보유한다.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양제’와 ‘일국’을 동등한 가치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양제’는 ‘일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2014년 6월 10일 ‘홍콩특별행정구의 일국양제 실천’이라는 제목의 백서에서 일국양제를 규정한 내용이다. 이 백서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신(新)일국양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백서는 덩샤오핑이 마가릿 대처 영국 총리와 주권 반환 협상에서 홍콩에 일국양제를 50년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깨는 것이었다. 당시 덩은 대처에게 홍콩에 일국양제와 항인치항(港人治港), 고도자치(高度自治)라는 3가지 원칙을 50년간 보장하겠다고 확약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1997년 7월 1일 식민지였던 홍콩의 주권을 중국 정부에 이양했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에 2개 체제, 다시 말해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지만 홍콩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 등에 따른 각종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항인치항은 홍콩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 통치하는 것을, 고도자치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일국양제, 항인치항, 고도자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 행사에서 인민해방군을 사열하고 있다(왼쪽).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홍콩행정특별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 행사에서 인민해방군을 사열하고 있다(왼쪽).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홍콩행정특별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정권을 잡은 이후 홍콩을 중국의 일원으로 만들고자 덩의 약속을 무시하는 새로운 일국양제 내용을 이 백서에 담았다. 시 주석의 의도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를 홍콩에 도입해 ‘홍콩의 중국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홍콩의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시킬 경우 대만과의 통일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티베트와 위구르 등 소수민족의 연이은 독립과 자치권 요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는 그동안 중국 정부에 홍콩처럼 고도자치권을 부여해줄 것을 촉구해왔다. 이는 ‘중국의 홍콩화’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민주화 세력이 서구식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할 경우 자칫하면 ‘제2의 톈안먼 사태’가 발생해 공산당의 일당독재체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2014년 9월 28일부터 79일간 홍콩 대학생과 시민들이 벌인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홍콩 경찰로 하여금 철저히 저지하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당시 시위는 같은 해 8월 31일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발표한, 2017년 홍콩 정부의 수장인 행정장관 선거안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중국과 영국은 반환협정에서 2017년 홍콩 시민들의 직접 선거로 행정장관을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전인대는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자는 반드시 선거위원회의 과반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결정해 직접 선거를 봉쇄했다. 선거위원 1200명은 대부분 친중파 인사다. 전인대의 이런 결정은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홍콩 대학생과 시민들이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지키라며 벌인 민주화 시위는 실패했고, 행정장관은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기용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후 중국 정부는 각종 정치 문제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언론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우산 혁명을 이끌던 지도부는 공공소란죄 등으로 징역형이 선고됐고, 독립을 주장한 홍콩민족당은 강제로 해산됐다. 독립 성향을 가진 야당 후보들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반중 서적 출판업자들을 홍콩에서 중국으로 강제 연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지나친 중국화 정책에 홍콩 시민들의 불만과 반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캐리 람 행정장관이 3월 29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회에 상정했다. 명분은 지난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한 20대 홍콩 청년을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대만으로 송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홍콩법은 영국법의 속지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타국에서 발생한 죄를 처벌할 수 없는 데다,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 범죄자를 인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람 장관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송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얘기를 들어온 람 장관이 송환법을 개정하려는 의도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독립적인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7명 중 1명꼴 시위 참가

그러자 홍콩 시민 103만여 명은 6월 9일 도심에서 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와 행진을 벌이면서 중국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시위 참가 시민들은 홍콩 전체 인구(744만 명)의 7분의 1에 해당한다. 2014년 우산 혁명 때인 50만 명보다 2배나 많다. 홍콩 주권이 중국에 넘어간 이후 최대 규모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개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다시 말해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람 장관은 송환법 개정을 무기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6월 16일 송환법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또다시 ‘200만 시위’를 벌였다. 홍콩 시민들은 일단 중국 정부에 맞서 승리했지만, 중국 정부는 홍콩에 대한 더욱 강력한 통제를 모색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시위 사태는 ‘일국’을 강조하며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화하려는 시 주석의 야심과 ‘양제’를 주장하면서 홍콩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홍콩 시민의 민주주의가 격돌한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 정부와 홍콩 시민들은 사사건건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19.06.21 1194호 (p52~53)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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