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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음악 변천사

‘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 : 엔드게임’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음악 변천사

[사진 제공·IMDB]

[사진 제공·IMDB]

‘어벤져스 : 엔드게임’(‘엔드게임’)이 개봉 열흘 남짓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극장에서 세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자리가 거의 꽉 차 있었다.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나라에 온 것 같았다. 2008년 ‘아이언맨’부터 ‘엔드게임’까지, 영화 22편을 모두 극장에서 본 사람으로서 격세지감이 들기도 한다.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로 명명된 이 시리즈를 보면서 11년을 흘려보냈다니, 인생에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MCU는 캐릭터들의 놀이터였다. 개별 영화를 통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주연급 캐릭터를 구축하고,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같은 팀 업 무비로 그 캐릭터들의 갈등과 조화를 만들어내며, 이전 영화들이 충족시키지 못했던 상상력을 한껏 고양하곤 했다. 그렇게 쌓여온 캐릭터들이 결국 엄청난 흥행 돌풍을 몰고 온 것이다. 

MCU 캐릭터의 구축에는 음악도 한몫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캐릭터를 설명하는 음악은 테마였다.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가 등장할 때 나오는 ‘Imperial March’가 대표적이다. 반면 MCU에서 각 캐릭터의 개별 테마는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어떤 선율이 흘렀을 때 ‘아!’ 하고 관객의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음악을 떠올릴 수 있는가. 멤버가 뭉쳤을 때 나오는, 앨런 실베스트리가 작곡한 메인 테마 정도일 것이다.


‘아이언맨’ 속 블랙 사바스와 AC/DC

[사진 제공·IMDB]

[사진 제공·IMDB]

그러나 MCU에서 음악이 기능하는 방식은 이런 전통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MCU의 개국공신이자 캡틴 아메리카와 더불어 인피니티 사가의 주역이던 아이언맨부터 살펴보자. ‘아이언맨’의 마지막 장면, 토니 스타크는 중대 발표가 있다며 기자들을 불러 모은다.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하는 취재진 앞에서 그는 대뜸 “내가 아이언 맨입니다(I am Ironman)”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토니 스타크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애드리브로 만들어졌다는 이 대사는 슈퍼히어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는, 기존 히어로물의 관습을 깬 명대사이자 인피니티 사가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상징이 됐다. 

아무튼, 이 대사와 함께 올라가는 엔딩 크레디트에서 바로 블랙 사바스의 ‘Iron Man’이 흐른다. 그들의 1970년 앨범 ‘Paranoid’에 담긴 이 노래는 영화는 물론이고, 마블 코믹스의 오리지널 캐릭터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노래의 화자가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노래의 첫 가사가 바로 ‘I am Ironman’이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와 노래의 첫 가사가 맞물리고, 고전적이면서도 육중한 사운드가 어우러지면서 노래는 영화 분위기를 압축해 전달했다. 관객의 희열도 한껏 올라갔다. 이런 효과를 만들어준 데 대한 감사였을까. ‘어벤져스’에서 토니 스타크의 일상복 중 하나가 블랙 사바스 티셔츠다. 



후속편인 ‘아이언맨2’의 OST는 아예 AC/DC의 노래로 가득하다. ‘Shoot To Thrill’을 비롯한 그들의 명곡은 대부분 같은 패턴이다. 단순한 8비트 드럼에 그루브가 가득하면서도 귀에 쏙쏙 꽂히는 기타 리프, 그리고 금속성 보컬. 전성기 시절 ‘모든 노래가 다 똑같다’는 평에 이 밴드는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똑같은 걸 10번 반복하면 매너리즘이지만 100번이 되면 스타일이다.” 

당시까지 토니 스타크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AC/DC의 음악과 철학은 이 캐릭터에 안성맞춤이었다. 토니 스타크의 내면적 갈등이 시작되고 캐릭터에 변화가 생긴 건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였다. 그 전까지 그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백만장자 바람둥이이자 자기애가 넘치는 인물 아니었던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블랙 팬서’ ‘캡틴 마블’

[사진 제공·IMDB]

[사진 제공·IMDB]

MCU에서 음악의 중요성이 강조된 중요한 계기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였다. 이 영화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복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전적으로 음악 때문이다. 스타로드(피터 퀼)가 어린 시절인 1980년대 초반 우주로 납치됐을 때, 그는 어머니의 유품이던 워크맨 초기 모델로 역시 어머니가 만들어둔 믹스 카세트테이프를 이후에도 계속 듣는다. 

영화 초입부에서 파워 스톤을 훔치려고 스타로드가 우주 행성에 등장했을 때 그가 듣던 음악은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 영화에는 1973년 발표된 이 노래를 비롯해 마빈 게이, 잭슨 파이브, 블루 스웨이드, 라스프베리스 등 1970년대 록/솔/디스코가 계속 나온다. 그때마다 스타로드가 워크맨을 플레이하는 장면과 함께. 머나먼 우주를 배경으로 삼은 탓에 그 전까지 MCU가 구축해놓은 ‘현실감’에서 멀어질 수 있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음악의 힘으로 지구와 강력한 끈을 이어나가게 된다. 

영화에서 스타로드가 들었던 믹스 카세트테이프의 제목은 ‘Awesome Mix Vol.1’. 이 믹스 테이프는 동명의 제목으로 그대로 발매돼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CD는 물론이고 LP와 카세트테이프로도 발매돼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점. 영화가 ‘음반의 물성’을 자극했다는 것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 효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에서도 ‘Awesome Mix Vol.2’가 등장했다. 비록 파괴력 면에서는 전작에 비해 약했지만 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명곡들로 꽉 찬 믹스 테이프가 등장하리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등장한 캐릭터들은 음악의 효과를 더욱 톡톡히 누렸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서구 대중문화에 ‘정치적 올바름’이 주요 화두로 등장하면서 마블 캐릭터들도 그 영향을 받았다. 최초로 아프리카 흑인 문화를 모티프로 삼은 ‘블랙 팬서’, 마블의 첫 여성 히어로인 ‘캡틴 마블’이 대표적인데, 음악 역시 그렇다.

힙합으로 가득한 ‘블랙 팬서’의 화룡점정은 주제곡을 켄드릭 라마가 맡았다는 사실이다. 2010년대 힙합신의 가장 중요한 뮤지션이자, 메인스트림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미국 내 흑인의 현실을 노래하는 그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 지향하고 대립하는 가치들을 꾸준히 음악에 담아내왔다. ‘블랙 팬서’가 미국 내 평단의 호평을 받고, 나아가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반응을 얻은 데는 이 영화의 등장인물이 모두 흑인이고, 배경이 아프리카라는 사실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캡틴 마블’이 1990년대 여성 음악가들의 노래로 주인공 캐릭터를 구축한다는 이야기는 개봉 당시 이 지면을 통해 전한 바 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퇴장으로 인피니티 사가는 끝났다. 마블은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캡틴 마블, 닥터 스트레인지를 내세운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음악 영화가 아님에도, 나는 마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어떤 음악이 나올지, 그 음악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지 기대하게 된다.






주간동아 2019.05.10 1188호 (p78~79)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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