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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다시 한 번 불붙나?

대구FC 새 스타디움서 선전…경남FC는 연달아 극장골

K리그, 다시 한 번 불붙나?

3월 9일 대구FC와 제주유나이티드FC의 경기가 열린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을 줄여 박진감을 높였다. [동아DB]

3월 9일 대구FC와 제주유나이티드FC의 경기가 열린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을 줄여 박진감을 높였다. [동아DB]

한국 프로축구는 찬밥 신세였다. 프로야구는 매진 행렬이었다. 봄에 시작해 늦가을에 막을 내리는 시즌까지 겹치는 두 스포츠는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TV 채널이 많지 않던 과거엔 축구 중계가 야구 중계에 밀리는 일이 빈번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전한 야구의 인기를 당해내기 어려웠다. 축구는 그저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때만 관심이 쏠렸다. 

그랬던 프로축구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높아진 축구 인기가 K리그에도 옮겨 붙는 모양새다. 알맹이가 실하다 보니 지켜보는 이들도 눈을 못 뗀다. “올해는 그전과는 판이하다. 전술적 흐름이 계속 달라져 예측 불가다. 날이 갈수록 경기하기가 어렵다”던 최순호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말에 작금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파격의 대구, 야구보다 축구

조광래 대구FC 단장. [동아DB]

조광래 대구FC 단장. [동아DB]

‘K리그1 2019’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대구FC. 4월 첫째 주말에는 신축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이래 4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대구FC는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팀이었다. 이승엽과 양준혁이 주축이 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왕조시대와 비교하면 ‘축구 불모지’라는 표현도 지나친 건 아니었다. 

모기업 후원 대신 시민 세금이 주축인 구단 대부분이 그렇듯, 자본력도 취약했다. 투자가 따르지 않아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경기 스타일이 화끈하다 정도로는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성적이 나빠 강등권에서 헤매기도 했으니 냉정히 말해 한계가 분명했던 팀이다. 




대구FC의 간판스타 골키퍼 조현우. [동아DB]

대구FC의 간판스타 골키퍼 조현우. [동아DB]

그런 대구가 확 바뀌었다. 먼저 축구를 잘한다. 재밌게 한다. 이 기틀을 잡은 건 조광래 단장이다. 감독으로 안양LG치타스(현 FC서울), 경남FC 등을 이끌고 국가대표팀 수장까지 지냈다. 여기에 안드레 감독과 합을 맞추며 독특한 맛을 냈다. 선수단도 화려해졌다. 스타 골키퍼 조현우를 만날 수 있다. 육중한 몸매의 장신 공격수 에드가 실바가 최전방에서 싸우고, 그 주변을 세징야와 김대원이 역동적으로 휘젓는다. 양질의 외국인 공격수를 확보한 것은 물론, 고교 졸업 직후 불러들여 수년간 조련한 김대원이 빛을 보면서 시너지 효과가 절정에 달했다. 

과거 대구도 경험했듯, 경기력만 반짝해서는 얼마 못 간다. ‘경기인 출신’ 행정가들은 이 대목에서 함정에 빠진다. 취임 직후 “가장 좋은 마케팅은 승리”라던 조 단장의 말에 적잖은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가 우려를 표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조 단장은 의외의 감각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투박한 사투리를 구사해온 그가 그토록 세심한 관찰력을 소유한 데 개인적으로도 꽤 놀랐다.


황교안도 막을 수 없던 경남의 질주

3월 30일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가 열린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4·3 보궐선거 유세를 벌여 논란이 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캡처]

3월 30일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가 열린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4·3 보궐선거 유세를 벌여 논란이 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캡처]

조 단장은 그간 감독석 너머로 쌓아온 축구 전반의 철학을 DGB대구은행파크에 녹여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용 인원이다. 대구는 의도적으로 관중석을 대폭 줄였다. 기존 대구스타디움의 18.7%에 불과한 1만2000여 석의 새로운 경기장을 내놨다. K리그 팀들은 2002 한일월드컵에 맞춰 4만~6만 석의 매머드급 스타디움을 활용했다. 하지만 K리그 평균 관중은 2만 명이 채 안 됐고, 이 웅장한 규모는 특수 케이스 외엔 도리어 초라함을 몰고 왔다. 이를 막고자 각 구단이 낸 대책이 경기장 2층을 폐쇄한 뒤 거대한 통천으로 덮는 일이었다. 

대구는 역발상으로 인원을 제한해 예매 경쟁을 부추겼다. 실시간으로 남은 표 매수를 알려주는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있자면 “말씀드리는 이 순간 또 팔렸습니다. 얼마 안 남았습니다”라는 홈쇼핑 단골 멘트까지 떠오를 정도. 시간과 돈이 있다 해도 아무나 누릴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또 관중석과 그라운드 거리를 최소화해 생동감을 높였다. 관중석 바닥을 알루미늄 소재로 깔아 발을 구르면 쿵쿵거리는 응원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관중석에 지붕을 덮어 응원소리가 극대화되게 한 것 역시 조 단장의 작품이다. 

경남 스토리도 만만찮다. 대구가 기존 플레이에 인프라를 더해 그들만의 길을 구축했다면 경남은 축구 실력에 기댄다. 2014년 2부 리그로 강등된 경남은 ‘축구계 야인’ 김종부를 감독직에 앉히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2017년 2부 리그에서 일찌감치 우승하며 승격했고, 1부 리그 무대에 복귀하자마자 2위를 해 시도민구단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다. 

사실 경남의 올해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돌풍으로 이름을 떨친 핵심 멤버는 자금을 앞세운 팀들의 표적이 됐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예산이 넉넉지 않은 경남엔 ‘아름다운 이별’ 말곤 달리 선택지도 없었다. 특히 포지션별 필수 자원으로 통하던 이들이 하나 둘 떠난 것이 치명적이었다. 말컹과 박지수는 각각 중국 슈퍼리그 내 허베이 화샤 싱푸, 광저우 헝다 타오바오(옛 광저우 에버그란데)로 적을 옮겼다. 최영준은 전북현대모터스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이들을 보내며 얻은 이적료 수입을 재투자해 선수단을 재편하는 작업이 불가피했다. 보통 이 정도 수준의 리모델링은 팀 전체를 흔든다. 

그 속에서도 경남은 근근이 버텼다. 지난해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는 평가 속에서도 승점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본의 아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정 정당의 정치인이 경남 홈구장 창원축구센터에서 유세에 나서 최악의 경우 승점 삭감 위기에 처한 것. 이날 경남은 대구에 극적 승리를 거두면서 성과를 냈다. 또 징계 수위를 놓고 관심이 쏠린 전북현대전에서는 0-3으로 끌려가다 막판 10분 동안 3-3 무승부를 만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외부 이슈로 이목이 집중됐을 때 짜릿한 결과로 ‘경남 극장’을 열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선거운동을 막으려던 것이 정상 참작돼 벌금 2000만 원으로 마무리된 점도 이들에겐 천만다행이었다.


볼거리 무성해진 프로축구

이 밖에도 눈여겨볼 팀은 많다. 대구, 경남에 상대적으로 밀린 감은 있어도 터줏대감 전북현대의 존재감도 만만찮다. ‘절대 1강’으로 꼽혀온 전북은 10년 이상 동행한 최강희 감독 대신 조제 모라이스 감독과 새롭게 출발했다. 초반 패배로 들쑥날쑥하긴 했어도 다시 연속 우승을 노리며 움직이고 있다. 다만 장기 독주체제에 대한 경쟁 팀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FC서울은 다시 최용수 감독 체제로 돌아섰다. 황선홍 감독, 이을용 감독대행 체제로 큰 재미를 못 보자, 과거 영광의 주인공인 최 감독에게 다시 기댔다. 서울은 초반 선두권에 들었는데, 최 감독은 “만족스럽지 않다”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서정원 감독 대신 이임생 감독 체제로 변모한 수원삼성블루윙즈도 지켜봐야 한다. 브레이크 없이 무조건 진격한다는 소위 ‘노브레이크’ 공격 축구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초반 3연패를 딛고 중위권까지 오른 상태다. 

한국 축구는 모처럼 부흥 기회를 잡았다. 자국 리그가 떠올라야 축구 발전의 불씨도 살려갈 수 있는 법. 1990년대 후반이나 2002 한일월드컵 직후처럼 프로축구가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을까.






주간동아 2019.04.12 1184호 (p60~62)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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