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83

2019.04.05

이슈 | 흑석동 ‘들썩’

지하·옥탑에 상가 6개 임대?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 높게 추정”

‘김의겸 특혜대출’ 따져보니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9-04-08 08: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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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흑석동 상가 투기 논란이 일자 3월 29일 대변인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뉴스1]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흑석동 상가 투기 논란이 일자 3월 29일 대변인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뉴스1]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흑석동 상가를 25억7000만 원에 매입하면서 16억5000만 원가량 빚을 졌다(그림1 참조). 이 중 KB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10억2000만 원의 대출이 현재 특혜대출 시비에 휘말린 상태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4월 3일 “김 전 대변인의 국민은행 대출 서류의 핵심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건물 내 4개뿐인 상가를 10개로 부풀려 대출 한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해당 건물에는 임대 가능한 목적물이 10개로 구분돼 있다”고 반박했다(그림2 참조).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2017년 11월 ‘금융회사의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임대사업자의 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도입한다. RTI 도입으로 연간 임대료 수입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달라지게 됐다. 주택은 연간 발생하는 대출 이자의 1.25배 이상, 상가는 1.5배 이상 임대료 수입을 올려야만 해당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러한 RTI는 지난해 11월부터 의무 조항이 됐고, 그 전에는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단계였다. 김 전 대변인은 RTI 의무화 이전인 지난해 7월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임대 안 되고, 임대하지 않은 공간까지 수입으로 계산

    김 전 대변인은 실제 임차인이 존재하는 상가 4개에서 나오는 연간 임대료 수입 3400만 원과 현재는 공실인 상가 6개의 연간 추정 임대료 수입 3100만 원을 합한 6500만 원이 연간 임대료 수입으로 인정돼 10억2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표 참조). 공실 상가는 주변 임대료를 고려해 책정된다. 새로 임대를 줬다 가정하고 수입을 추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김 전 대변인의 연간 임대료 수입 6500만 원은 이 대출로 발생하는 연간 이자(4370만 원)의 1.48배 수준으로 1.5배에는 약간 미달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김 전 대변인의 부인이 매달 교직원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고려해 대출해줬다”고 설명한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로 해당 건물에는 상가 4개만 입주가 가능하고, 공실로 처리한 6개 상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건물 전체에서 상가 4개와 주택 부분을 빼면 지하층(10평·약 33㎡)과 옥탑층(4평·약 13㎡)만 남아 상가 6개를 추가로 분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이 공개한 ‘건물개황도’에는 해당 건물에는 지하에 창고 3개, 옥탑층에 사무실 1개와 창고 2개가 표기돼 있다. 이 건물개황도는 국민은행의 의뢰를 받은 외부 감정평가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해당 감정평가기관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실제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바를 토대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지하층과 옥탑층을 합쳐 약 43㎡(14평)에 불과하지만, 창고 5개와 사무실 1개로 공간이 구획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공간은 현재도 공실로 남아 있다. 이 관계자는 “재개발로 곧 헐릴 예정이라 임차해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가 이뤄질 것을 가정해 공실에 대해서도 임대료를 책정해 대출에 반영했지만, 감정평가기관이나 은행 모두 향후 임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셈이다. 



    김 전 대변인의 대출과 관련해 또 하나 의문점은 공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비해 과다하게 책정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1층과 2층의 4개 상가 월 임대료가 275만 원인데, 그보다 면적이 훨씬 좁은 지하층과 옥탑층의 월 임대료가 불과 25만 원 적은 250만 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 또한 보도자료에서 “지하층과 옥탑층에서 연간 3100만 원의 임대 소득을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상가건물에서는 1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 2층 임대료는 1층의 절반이고, 지하층과 옥탑층 임대료는 2층 임대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의겸 상가’ 인근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변 상가 시세를 고려할 때 임대료가 과하게 책정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인근 주택의 임대료가 옥탑층은 월 40만 원, 33㎡ 남짓한 1, 2층 주택은 50만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공실’에 관대한 RTI

    3월 28일 오후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매입한 흑석동 상가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3월 28일 오후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매입한 흑석동 상가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이에 대해 감정평가기관 관계자는 “월 250만 원은 1층 상가 뒤편의 주택을 임대했을 때를 가정해 추산한 수입을 합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층에서 월 70만~80만 원, 옥탑층에서 월 40만~50만 원, 그리고 주택에서 월 120만~140만 원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는 것이다. 현재 1층 주택에는 이 건물의 전 주인이자 1층 냉면집 사장이 거주하고 있는데, 주택 임차료는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대변인이 특혜대출을 받은 것인가에 대한 부동산 및 은행권 관계자의 의견은 분분하다. 30년간 시중에서 여신업무 등을 담당하다 퇴직한 H씨는 “곧 재개발로 헐릴 예정이라 새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데도 은행이 공실에 대해 추정 임대료 수입을 적극 인정해줬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 상가 부동산 전문가는 “은행은 실적을 내려고 상가 담보 대출을 어떻게든 많이 해주려는 경향이 있다”며 “공실에 대해서도 임대료 수입을 넉넉하게 인정해준 것은 특혜라기보다 관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을 계기로 RTI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RTI 제도에서는 외부 감정평가기관이 사정한 임대료 추정 금액만 있으면 그것을 근거로 공실에 대해서도 임대료 수입을 인정해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실이 해소돼 실제로 임대료 수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대출 이후 실제 임대가 이뤄져 임대료 수입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행 RTI 제도 아래서는 공실 현황이나 실제 임대 가능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은행과 대출자의 의도대로 RTI가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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