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한민국 발효문화대전 - 정운천 의원·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발효식품은 음식으로 먹는 약”

“앞으로 전통방식 그대로 발효식품 제조·판매해보고 싶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9-03-25 10: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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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2009년 8월 한국장류기술연구회 창립포럼에서 전북대 의대 연구팀은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장’의 효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비만, 고지혈증,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한국 장류가 효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된장은 내장지방 제거에, 고추장은 고지혈증 개선에, 청국장은 당뇨 예방과 근육량 증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 장류의 효능 연구를 의뢰한 이는 2008년 2월부터 8월까지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재임한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 그가 장관 재임 때 의뢰한 연구 결과가 1년여 만에 발표된 것이다. 정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발효식품 전도사이자 예찬론자다. 그는 “장류는 케이팝(K-pop), 케이드라마(K-drama)처럼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이라며 “세계인에게 한국 전통 장류의 효능과 우수성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금, 광물에서 식품으로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장류 등 발효식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뭔가. 

    “어머니가 내가 태어났을 무렵 담근 간장을 장가갈 때까지 보관했다 전해준 일이 있다. 오래 묵은 간장으로 만든 음식은 맛도 좋지만, 몸에도 좋다. 간장이 아니라 보약인 셈이다. 몇 년 잘 익힌 고추장은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 않나.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을 발전시켜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건강을 지키는 ‘케이푸드’로 키울 필요가 있다.” 

    정 의원이 장관 취임 이후 발효식품 육성을 위해 가장 먼저 단행한 조치는 광물로 취급되던 ‘소금’을 식품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1964년 광물자원법이 제정된 이후 내가 장관에 취임한 2008년 초까지 소금은 여전히 광물로 취급됐다. 그래서 장관에 취임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소금을 식품안전기본법에 포함시켜 관리토록 한 것이다. 옛말에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장맛은 소금 맛이 결정한다. 소금은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 우리나라 5대 발효식품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원재료다. 우리 전통 발효식품은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으로 만들어야 그 맛이 제대로 난다. 우리 발효식품을 세계적 식품으로 육성하려면 먼저 천일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었다.” 

    소금을 광물에서 식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차이가 엄청나다. 소금을 석탄, 흑연 같은 광물로 취급하면 상품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가격이 형편없다. (2008년 당시) 소금을 세계적 브랜드로 고급화한 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kg당 9만 원가량이었는데, 우리 소금은 kg당 1000원도 받지 못했다. 같은 천일염인데 고급 식품에 들어가는 재료로 보느냐, 광물로 보느냐에 따라 가격 차가 100배 가까이 난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대통령 당선인에게 당시 소금시장 규모가 1000억 원 수준에 불과한데, 소금을 식품으로 바꾸면 1조 원 이상 가는 시장으로 키울 수 있다고 강력하게 건의했다. 장관에 취임한 이후 이를 제도적으로 관철시켰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전환되면서 관련 업무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했다.”

    발효식품의 표준화·명품화

    정 의원의 이 같은 노력으로 소금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소금산업 진흥법’이 제정되고 천일염 세계화포럼이 만들어지는 등 국산 천일염의 세계화·명품화가 활발하게 추진됐다. 그 덕에 염전이 밀집한 전남의 경우 염전 3000여ha (3000만㎡)에서 연간 32만여t의 천일염을 생산해 200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음식은 고조할머니 때부터 먹어온 음식이라는 얘기가 있다. 수백,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은 우리 몸이 잘 받아들인다. 그래서 소화도 잘 되고 몸에도 좋다. 그에 비해 최근 먹기 시작한 인스턴트 음식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치와 된장, 고추장 같은 전통 발효식품으로 만든 음식을 즐겨 먹는 아이는 아토피를 모르고 자라지만,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먹는 아이들 중에는 아토피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이 요즘 많이 앓고 있는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성인병 예방에 효과 있는 전통 발효식품을 표준화·명품화를 통해 한국인의 건강은 물론, 세계인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지킴이로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정 의원은 발효식품과 관련한 장래 계획을 밝혔다. 

    “나는 앞으로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을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 공급해보려 한다. 유익균이 살아 숨 쉬는 발효식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장관 시절 5대 발효식품을 기초로 한식 세계화를 꿈꿨던 그의 바람이 ‘정운천표 발효식품’으로 부활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성인병 잡는 데는 한국 ‘장류’가 최고!!!

    한국 장류가 성인병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전북대 연구팀은 비만 성인 남성 180명을 대상으로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세 그룹으로 나눈 뒤 다시 장류를 섭취하는 진짜 장류군과 가짜 장류를 섭취하는 플라시보 대조군으로 구분해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참가자에게는 ‘환’을 복용토록 했는데 진짜 장류군은 고추장과 된장, 청국장으로 만든 환을 섭취했고, 플라시보 대조군은 중량과 맛, 모양은 같지만 장류로 만들지 않은 가짜 환을 섭취했다. 참가자들은 4주에 한 번씩 심전도와 복부지방 컴퓨터단층촬영(CT), 대사증후군 검사, 혈액검사를 통해 몸의 변화를 관찰했다.

    된장 [shutterstock]

    된장 [shutterstock]

    12주간 진행한 연구 결과 된장을 섭취한 그룹은 가짜 된장을 섭취한 그룹에 비해 내장지방 면적은 물론, 내장지방과 피하지방 비율도 실험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된장을 꾸준히 섭취하면 내장지방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임상시험 결과로 입증된 것이다. 정수진 전북대병원 기능성식품임상시험지원센터 전략기획부장은 “된장류를 섭취한 과체중·비만 성인의 경우 심혈관 유발인자인 아포지단백B(ApoB)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된장 섭취가 성인병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고추장 [shutterstock]

    고추장 [shutterstock]

    고추장을 꾸준히 섭취한 그룹에서는 고지혈증의 원인인 중성지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장은 “대조군 대비 고추장환을 섭취한 그룹에서 동맥경화 위험인자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감소했다”며 “고추장만으로 위험인자를 모두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일정 정도 감소시키는 효과는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청국장 [shutterstock]

    청국장 [shutterstock]

    청국장을 섭취한 그룹에서는 근육량이 증가하고 혈당 조절 능력을 반영하는 혈중 당화알부민 수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장은 “혈중 당화알부민 수치가 떨어지면 당뇨가 호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청국장 섭취가 당뇨 진행을 늦추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전북대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전통 장류를 매개로 플라시보 대조군과 임상시험을 실시한 최초 사례”라며 “연구 결과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전통 장류가 비만과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 완화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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