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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싱가포르, 3대 세습 향한 형제의 난 발발 조짐

싱가포르, 3대 세습 향한 형제의 난 발발 조짐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왼쪽)와 리셴룽 총리. [스트레이트타임스, 리셴룽 페이스북]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왼쪽)와 리셴룽 총리. [스트레이트타임스, 리셴룽 페이스북]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1923~2015) 전 총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엇갈린다. 리 전 총리는 가난한 섬나라를 초일류국가로 탈바꿈시킨 리더십 때문에 ‘아시아의 거인’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지낸 그는 1965년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했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0년 1만2750달러가 됐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만6113달러(약 6200만 원)로 세계 8위이자 아시아 1위이고,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TI)가 평가한 국가청렴도는 세계 5위다. 싱가포르를 선진국으로 만든 것이 리 전 총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반면 31년간의 독재와 민주주의 후퇴, 권력세습 등은 리 전 총리가 남긴 부정적 유산으로 꼽힌다. 그는 강압적인 철권통치를 통해 국가를 개발독재체제로 이끌었다. 인권 보호는 물론, 언론 및 표현의 자유 등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외면했다. 길거리에서 흡연하거나 껌을 뱉어도 벌금을 부과했고, 마약 소지자는 사형에 처하는 등 철저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인민행동당 1당 독재체제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은 1959년부터 지금까지 80석 이상을 차지한 사실상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WP)은 2011년 총선에서 6석을 획득한 것이 사상 최대 성적이다. 리 전 총리는 국내보안법을 제정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아예 금지했다. 국내보안법은 공식적인 혐의나 기소 없이도 무기한 구금할 수 있다. 서방 각국이 독재를 비판하자 리 전 총리는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통치 방식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권력세습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1990년 심복인 고촉통(吳作棟) 제1부총리에게 총리직을 넘기고 자신은 ‘선임 장관’이라는 자리에 앉아 일종의 ‘상왕(上王)’ 역할을 했다. 2004년 고 총리가 물러나고 리 전 총리의 장남인 리셴룽(李顯龍·67)이 총리로 취임했다. 리 전 총리는 슬하에 2남 1녀를 뒀다. 

리 총리가 부친으로부터 권력을 직접 물려받지 않은 것은 젊고 경험이 부족해서였다. 리 총리는 대학 졸업 후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와 총리직 승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항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각각 수학과 행정학을 전공해 수석으로 졸업한 리 총리는 아버지 덕에 군 입대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불과 32세에 준장으로 진급했다. 제대 후에는 인민행동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하고 1984년 국회의원에 첫 당선됐다. 고 총리가 취임한 1990년에는 38세 나이로 부총리가 됐다. 그 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을 겸임하면서 국정 경험을 쌓았다. 



리 총리가 부친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려는 계획을 추진하자, 리 총리의 친동생인 리셴양(李顯陽·61) 전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리 총리는 올해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지난해 인민행동당 제1사무총장보에 오른 헹 스위 킷(王瑞杰·57) 재무장관이 후임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의 심복인 헹 장관은 과거 고 전 총리처럼 후계자를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 분명하다. 리 총리는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는데 재혼한 부인 사이에 낳은 차남 리홍이(李鴻毅·32)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리홍이는 정부 장학생에 뽑혀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각각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미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에서 2년간 일했다. 현재는 공공기술부 산하 국가 디지털 서비스데이터 과학부문에서 책임자를 맡고 있다. 리홍이는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감동적인 추도사를 해 주목받았고, 이후 차기 지도자감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리셴양은 조카인 리홍이보다 자신의 장남인 리셴우(李繩武·32) 하버드대 조교수가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트타임스’는 “리콴유 전 총리에서 시작해 3대째 이어지는 권력을 놓고 현 총리와 그 동생이 자신의 아들들에게 권력을 쥐어주고자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리셴양은 2020년 4월 총선을 목표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탄첸보크 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탄 전 대통령은 국방장관, 부총리, 대통령을 역임하는 등 인기 높은 정치인으로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다며 리 총리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리셴양은 탄 전 대통령의 신당 창당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문회로 번진 리콴유 우상화 논란

1 리셴룽 총리의 동생 리셴양. 2 리셴룽 총리의 차남 리홍이. 3 리셴양의 장남 리셴우. [스트레이트타임스]

1 리셴룽 총리의 동생 리셴양. 2 리셴룽 총리의 차남 리홍이. 3 리셴양의 장남 리셴우. [스트레이트타임스]

싱가포르의 21세기판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싸움은 2017년 시작됐다. 갈등은 리 전 총리가 남긴 낡은 저택의 처리 문제에서 비롯됐다. 2015년 타계한 리 전 총리는 자신의 집을 성역으로 만들지 말고 허물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리 총리는 유언을 어기고 기념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자 리셴양은 리 총리가 자신의 차남에게 권좌를 넘겨줄 계획으로 부친의 우상화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의회에서 청문회까지 열리는 등 논란이 커졌다. 그러자 두 형제는 이 문제를 사적 영역에서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공개적인 싸움을 하지 않기로 합의헤 일단 갈등은 봉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셴양이 형에 맞서 신당과 손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권력싸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은 ‘형제의 난’과 세습통치에 상당한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절반이 리 전 총리를 포함해 3대가 정계에 입문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무덤에 있는 리콴유 전 총리는 자식들의 ‘골육상쟁’을 어떻게 생각할까.






주간동아 2019.03.01 1178호 (p34~35)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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