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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콘트라토’로 축배를!

새해엔 좋은 계약을 하길 기원하며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8-12-31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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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트라토 와이너리 입구. (오른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하 셀라. [사진 제공 · 김상미, 콘트라토 와이너리]

    콘트라토 와이너리 입구. (오른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하 셀라. [사진 제공 · 김상미, 콘트라토 와이너리]

    12월 초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주 아스티(Asti) 지방을 방문했을 때다. 이곳을 떠나기 전 꼭 들르고 싶은 장소가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스파클링 와이너리인 콘트라토(Contratto)다. 카넬리(Canelli)라는 작은 마을에 자리한 콘트라토의 지하 셀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만든 와인은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지하 셀라에 들어서자 공기가 훈훈했다. 루카 칠리우티 수출담당 이사는 “이곳 온도는 항상 섭씨 12~13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다. 와인을 숙성시키기에 최적의 온도다. 둥근 아치형 천장 때문에 성당 지하 창고(cathedral cellar)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지하 32m에 위치한 이 거대한 셀라의 총면적은 5000㎡로, 와인을 300만 병이나 저장할 수 있다. 1867년 주세페 콘트라토가 와이너리를 설립하며 지었는데, 200여 명이 일일이 곡괭이로 파서 3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콘트라토 스파클링 와인 레이블.
[콘트라토 스파클링 와인 레이블]

    콘트라토 스파클링 와인 레이블. [콘트라토 스파클링 와인 레이블]

    콘트라토가 맨 처음 생산한 와인은 모스카토(Moscato)로 만든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19세기 말에는 단맛 나는 와인이 유행해서다. 1910년 콘트라토의 생산량은 연간 100만 병이나 됐다. 이탈리아 왕실과 바티칸이 주요 고객일 정도였다. 하지만 콘트라토는 스타일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와인 트렌드를 이끄는 영국인들이 점차 단맛이 없는 스파클링 와인을 선호하자 1919년 이탈리아 최초로 빈티지(vintageㆍ한 해에 생산된 포도로만 만든 것)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을 출시했다. 이것이 지금 콘트라토의 와인 스타일로 굳어졌다. 

    밀레시마토 스파클링 와인. [사진 제공 · 김상미]

    밀레시마토 스파클링 와인. [사진 제공 · 김상미]

    칠리우티 이사가 밀레시마토(Millesimatoㆍ이탈리아어로 빈티지라는 뜻) 2012년산을 땄다. 피노 누아(Pinot Noir) 80%와 샤르도네(Chardonnay) 20%로 만든 이 와인은 셀라에서 최소 4년간 숙성시킨 뒤 출시한다. 풍부한 과일향과 함께 꿀향이 가득했다. 잘 익은 포도로 만들었다는 증거다. 신맛이 상큼했지만 날카롭지 않았다. 달콤한 과일향이 신맛을 둥글게 감싼 느낌이었다. 젖은 돌에서 나는 듯한 은은한 미네랄향은 와인에 우아함을 더했다. 



    레이블 그림이 독특해 물어보니 프랑스계 이탈리아 화가인 레오나토 카피엘로의 1920년대 석판화라고 한다. 와인의 풍부한 거품과 화려한 레이블 덕분일까. 분위기가 순식간에 화사하게 물들었다. 

    밀레시마토는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니 2019년을 맞이하며 마개를 따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콘트라토, 우리말로 계약이라는 의미다. 새해에는 좋은 계약만 이어지길 빌며 콘트라토로 축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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