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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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에서 밀린 김무성

집권 후반기 무색게 하는 청와대 독주…공천룰도 친박계가 주도, 남은 건 당대표 추락?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12-11 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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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좌의 게임’에서 밀린 김무성

    박근혜 대통령이 12월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왼쪽부터)를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힘이 있다고 믿는 곳에 힘이 머무는 법입니다. 힘은 벽의 그림자 같은 거죠. 그 그림자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아주 작은 남자도 아주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 수 있는 법이죠.”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온 명대사 가운데 하나다. 라니스터 가문의 막내아들로 키가 작아 ‘새끼악마’ 또는 난쟁이로 불리는 티리온 라니스터가 왕의 오른팔이 돼, 누이인 대비와 조카이자 왕인 조프리에 맞서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을 빗대 국왕의회 구성원 바리스가 티리온에게 한 말이다. 티리온은 왕의 오른팔이라는 권한을 십분 활용해 킹스랜딩의 권력을 장악해나간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현실정치도 드라마 속에 그려진 권력의 속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아 쓰면 쓸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인다. 권력 중심에 다가설수록 권력이 내뿜는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더 커지기 때문. 물론 그 권력이 무한정 커지는 것은 아니다. 라디오 주파수 진폭처럼 권력도 한동안 커지다 천장을 찍고 나면 다시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이 갖는 권력의 변천사가 그래왔다.
    시기적으로 임기 중반을 넘긴 집권 3년 차 후반기 대통령의 권력은 일반적으로 조금씩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역대 대통령과 양상이 다르다. 여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노동 관련 입법 당위성’을 역설하는 모습은 집권 초반의 기세마저 느껴진다. 삼권분립 민주국가에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여당(국회)과 청와대(정부)가 2인3각 경기를 하듯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 권력의 변천사

    그러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입법 협조 차원에 그치지 않고, 미래 4년의 권력 향배를 가늠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권력 친박근혜(친박)계와 미래권력 비박근혜(비박)계가 벌이는 공천 갈등은 정상의 비정상화가 아닐 수 없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의 의견은 당내 논의 과정에서 번번이 묵살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는 ‘결선투표’로 대체됐고, 결선투표 마저 김 대표 뜻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12월 6일 최고위원 만찬에서 공천과 관련해 몇 가지 합의를 이룬 김 대표는 합의 내용에 쐐기라도 박으려는 듯 그다음 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합의’된 결선투표제를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는 하룻밤 새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경선에 참여한 1, 2위 후보자 간 지지율이 오차범위를 벗어나면 1차 경선에서 50%를 넘기지 못하더라도 경선 확정이라는 비박계와 달리, 친박계는 1차 경선에서 50%를 넘기지 못한 경선 결과는 오차범위 여부와 상관없이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하던가. 합의가 합의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분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결선투표 방식을 둘러싼 비박 대 친박 갈등은 새누리당 공천전쟁의 서막과 같다. 새해 예산안이 법정처리시한을 아주 조금 넘겨 12월 3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청와대가 강조한 법안까지 속속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쏠릴 수밖에 없다. 12월 6일 새누리당 지도부가 최고위원 만찬을 계기로 공천룰을 정하고 공천 실무 작업을 진행할 공천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지만 최고위원들의 합의대로 순항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장 큰 변수는 노동 관련 법안의 입법화 여부. 김무성 대표가 기꺼이 총대를 멘 노동 관련 법안의 입법이 좌초할 경우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김무성 대표가 노동개혁 입법에 실패할 경우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더욱이 친박 대 비박 공천 갈등까지 맞물리면서 당권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왕좌의 게임’에서 밀린 김무성

    12월 1일 새누리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예산 관련 긴급 당정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왼쪽부터)가 논의하는 모습을 유심히 넘겨다보고 있다. 동아일보


    최경환 비대위원장 예고?

    김 대표 체제의 위기론이 부각될수록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최경환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대신해 당에 내려 보내는 ‘아바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법안이 좌초하고 김 대표 체제가 붕괴하는 시나리오는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이 결국 친박 주도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그 수장이 최 부총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새누리당 주변에서 거론되는 최경환 비상대책위원장론이다.
    그러나 최경환 비상대책위원장론에 대해 새누리당 인사들은 ‘현실 불가능한 얘기’라며 펄쩍 뛴다.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선출한 당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한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당이 운영될 수 있도록 당헌·당규가 촘촘하게 마련돼 있다”며 “심지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까지도 질서 있게 구성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가 잘 정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12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당헌 제9장 보칙 제113조 ①항은 ‘대표최고위원이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③항은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대표최고위원 또는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즉 당헌·당규상 김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되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비상대책위원장을 김 대표가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
    뚜렷한 사유 없이 김무성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만약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더라도 김 대표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김 대표 체제가 여전히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는 뭘까.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가 당헌·당규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당헌·당규보다 중요한 것은 ‘힘은 힘이 있다고 믿는 곳에 머문다’는 인식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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