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4

2015.11.23

‘한 자녀’ 금기 깬 중국 영·유아용품시장 환호?

3년 뒤 분유 21조, 기저귀 13조 원 시장 전망…양육비 부담에 출산 포기도 많아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11-23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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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자녀’ 금기 깬 중국 영·유아용품시장 환호?
    10월 29일 중국의 새 역사가 열렸다.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인구 균형발전을 촉진하고자 모든 부부에게 자녀 2명을 낳을 수 있도록 허용키로 한 것. 1980년 중국공산당이 ‘중국 인구증가 문제 관리’를 발표하며 산아제한정책인 1가구 1자녀 정책을 강조하고 2년 뒤 공식적으로 헌법 개정안에 포함한 지 35년 만이다.

    중국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2자녀 허용정책이 시행되면 영·유아용품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벌써부터 영·유아용품시장 규모를 추산한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내 영·유아용품시장 확대 예상

    영국 리서치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 중국 내 분유시장 규모는 458억5000만 위안(약 8조3672억 원)인데 2자녀 허용정책 시행 시 2018년 1177억5000만 위안(약 21조4882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 기관 생활용품지행업협회(生活用品紙行業協會) 조사에 따르면 2010년 24개월 이하 영아의 일회용 기저귀 소비는 248억400만 위안(약 4조5265억 원)인데 2자녀 허용정책 시행 시 2018년 시장 규모는 709억2000만 위안(약 12조9422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 분유와 기저귀를 제외한 영·유아 의류와 목욕용품 등 관련 용품의 시장 규모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2015년 말 2280억 위안(약 41조7537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2자녀 허용정책 시행 시 2018년 시장 규모는 2897억8000만 위안(약 52조8820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영·유아용품업체들의 매출도 신장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아용품업체 가운데 유아 의류시장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업체는 ‘매일유업’에서 만든 임신·출산·육아 전문기업 ‘제로투세븐’이다. 이 업체는 2007년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세워 오프라인 매장 확대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그 결과 제로투세븐 소속 유아복 브랜드 ‘알로앤루’는 현재 중국 전역에 23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292억9800만 원 매출을 기록했다.



    해당 브랜드의 판매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몇 해 전부터 육아 예능프로그램 MBC ‘일밤-아빠! 어디가?’,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중국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출연 아동들이 알로앤루 제품을 입고 등장한 모습이 화제가 된 덕분이다.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한국 방송은 중국에서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로 ‘다시보기’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인기 육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아동과 PPL(간접광고)을 진행한 것이 중국 부모 사이에서 관심을 끌며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자녀 허용정책은 유아용품업체들에게 기회는 기회다. 내년 전면 시행에 따라 중국 최대 오픈마켓에 진출하는 등 온라인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6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원조 출산·육아용품기업 ‘아가방앤컴퍼니’도 반응이 좋다. 소속 유·아동 의류브랜드 ‘아가방’ ‘에뜨와’ 등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 오프라인 매장 100여 개를 운영 중이며, 11월 11일 광곤절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90% 할인판매 이벤트를 개시한 지 10분 만에 12만 위안(약 2200만 원)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육아 예능 덕분에 판매 신장

    아가방앤컴퍼니는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 적자를 거듭해왔는데 국내 시장 규모를 줄이고 중국 시장에서 판로를 확대, 개척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중국 여성복 패션 전문기업 ‘랑시그룹’에 인수됐다. 아가방앤컴퍼니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아가방을 인수한 데는 국내에서 30년 넘는 노하우로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생산력을 갖춰 중국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2자녀 허용정책이 시행되는 만큼 중국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등 판로를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제분유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분유시장에서 50%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입소문을 타고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얻으며 2010년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현지에 영업사원을 파견해 주요 34개 도시를 핵심 타깃으로 판로 개척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 지난해 2000억 원 판매를 기록했고 올해는 3500억 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유업의 조제분유도 중국에서 지난해 3100만 달러(약 363억 원) 판매를 올렸으며, 올해는 4000만 달러(약 468억 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008년 중국 내 멜라닌 파동으로 중국인들의 자국산 분유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 당시 남양유업 분유의 우수성과 품질이 중국 현지에 알려지면서 중간상인들이 국내에서 직접 다량 구매해 중국으로 반입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며 중국 내 인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자녀 허용정책으로 전체 파이가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남양유업도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자녀’ 금기 깬 중국 영·유아용품시장 환호?

    중국 내 한국 영·유아용품업체들은 한류 이미지에 힘입어 해마다 매출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유아복 브랜드 ‘알로앤루’의 매장 모습(오른쪽)과 남양유업의 조제분유 제품.

    글로벌업체들 각축장, 경쟁 더 치열할 것

    영·유아 목욕용품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보령메디앙스’는 2009년 자사 브랜드 ‘비앤비’를 앞세워 중국에 본격 진출했다. 실적은 매해 성장해 지난해 10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에 비해 성능이 좋고, 보령메디앙스 제품은 순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며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2자녀 허용정책과 관련해서는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내년부터 자사 브랜드 ‘유피스’ ‘닥터아토’ 등을 확대 진출하고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이미 2013년 11월 3중전회에서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외동일 경우 2자녀 출산을 허용하는 ‘제한적 2자녀 출산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이 같은 정책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 신생아가 출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듬해 출생 신생아 수는 예상치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양육비에 부담을 느낀 부모들이 출산을 꺼린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10월 말 BNK투자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2자녀 허용정책은 2013년 제한적 규제 완화의 경우처럼 정책 효과가 기대보다 낮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도 이 같은 전망에 일부 동의했다. 한 영·유아용품업체 관계자는 “2013년 산아제한정책이 완화되면서 기대됐던 영·유아용품 매출 신장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본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2자녀 허용정책이 시행된다 해도 실질적으로 얼마나 매출이 오를까 반문하는 업계 관계자가 많다. 또한 신생아 출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출 신장과 관련한 결과는 2017년쯤 돼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소극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내 영·유아용품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한 조제분유업체 관계자는 “중국 조제분유시장에서 150여 개 국가에서 제조하는 500여 개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산 조제분유의 입지는 이들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 이번 정책 시행으로 조제분유 매출이 전체적으로 오르기는 하겠지만 한국 기업들에게 특별히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한국산 제품이 영·유아용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해 큰 이익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영·유아업체 의류브랜드 관계자는 “한국 언론은 중국에서 한국산 영·유아 제품의 매출이 신장되는 등 기대감이 클 것이라 전망하지만 중국 내 한국산 제품의 입지나 파급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제품군도 많이 들어와 있고, 중국산 브랜드도 다양할뿐더러 그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다. 2자녀 허용정책 시행으로 업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자녀’ 금기 깬 중국 영·유아용품시장 환호?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티몰에서 한국 영·유아용품업체 ‘제로투세븐’ 전용관을 따로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한국산 제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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