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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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간택, 朴의 숨은 한 수

검찰총장 후보자 3대 악재 제친 단 하나의 이유…총선, 대선 관리 정무적 판단 능력 최고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5-11-06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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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 간택, 朴의 숨은 한 수

    2013년 9월 26일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당시 김수남 검사장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수사할 때 문제가 드러난 특정 부위가 아니라 사람이나 기업 전체를 마치 의사가 종합 진단하듯 수사한다면 표적수사 등의 비난을 초래하고 수사 본연의 목적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의 수사권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부여됐다는 점을 망각하고 수사 대상의 반대 당사자와 같은 위치로 전락하면 수사권 자체에 대한 의문을 불러올 수 있다.”

    11월 3일 김진태(63·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은 퇴임을 한 달여 앞두고 참석한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검찰을 떠나기 앞서 후배 검사들에게 해주는 원로의 일반적 충고인 듯 보이지만 법조계에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김 총장 후임 인선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본 이들이라면 올해 기업 총수 비리 수사에 자신의 명운을 걸었던 박성재(52·사법연수원 17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을 떠올린다.

    박 지검장은 올해 들어 포스코와 KT&G, NH농협 등 이명박(MB) 정권 당시 특혜를 받았다고 알려진 기업들의 비리를 수사했지만 현재까지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각 기업이 검찰 수사에 대한 피로감을 극심하게 느끼던 9월 중순 검찰 내부와 법조계 일각에선 수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당시는 차기 검찰총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지는 시점이었다.

    “검찰 고위층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폄훼하고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박 지검장과 특수부 검사들의 기업 비리 수사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3대 악재도 넘어서다



    이런 얘기는 언론은 물론, 법조계에 파다하게 퍼졌고 소문의 진원지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많은 말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10월 30일 자신의 후임 총장으로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대검찰청 차장이 내정된 후 다른 이도 아닌 김 총장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법조계는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법조계에선 이런 소문을 김수남 차장과 함께 가장 강력한 차기 총장 후보인 박 지검장을 깎아내리기 위한 마타도어로 해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지검장의 경우 박근혜 정권에서 대세를 이룬 ‘최경환 사단’(대구고 출신)으로 분류됐지만, 총장으로 낙점되기엔 김 차장보다 ‘실적’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김 차장보다 이번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셈. 그만큼 박 지검장에겐 MB정권 당시 특혜를 입었다고 알려진 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중요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총장의 이런 발언이 최근 한 언론에서 제기한 ‘경찰의 검찰총장 내사설’과 관련 있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사실 박 지검장은 10월 28일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김 차장을 포함해 4명의 후보를 청와대에 올릴 당시까지만 해도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후보에 오른 동기인 김경수(55·사법연수원 17기) 대구고등검찰청장은 검찰 내 최고 특수수사 경험을 가졌고 안팎으로 두루 칭찬을 받는 인물이지만, 현직인 김 총장과 같은 경남 출신에 재산이 너무 많다는 약점이 있었다. 김희관(52·사법연수원 17기) 광주고등검찰청장은 전북 출신이라 지역 안배 차원에서 후보에 이름이 들어갔다는 설이 파다했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TK(대구·경북) 출신 총장이 전무했다는 점도 김 차장과 박 지검장에게 유리했던 상황.

    김 차장에겐 청와대가 선뜻 선택하지 못할 3대 악재가 있었다는 점도 박 지검장의 후보 최종 낙점 가능성을 더욱 높인 이유가 됐다. 첫 번째는 김 차장의 아버지인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악연이다. TK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김 전 총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영남대 이사장을 지낸 박근혜 후보를 버린 것. 그 때문일까. 김 차장은 MB정권 말기 고검장 진급에 물을 먹긴 했지만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법무부 기조실장, 범죄예방정책국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다음으로는 김현웅(56·사법연수원 16기) 법무부 장관과 동갑내기 사법연수원 동기이면서 서울대 법대 동창이라 검찰 지휘체계상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마지막 악재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대구 청구고 4년 선배라는 점이다. 정부 수립 후 검찰과 경찰의 수장이 같은 고교 선후배였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김 차장이 총장이 되면 경찰대 출신 첫 경찰청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경찰 내부에서조차 제기됐다.

    선거의 여왕, 선거 총장을 뽑다

    김수남 간택, 朴의 숨은 한 수

    정연국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이 10월 3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집권 후반기 검찰조직을 이끌 수장에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모든 악재에도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4명의 후보를 올린 지 이틀 만에 김 차장을 차기 총장 후보로 지목했다. 총장 선택에 길게는 한 달, 짧게는 3~5일이 걸린 기존 관행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일찌감치 김 차장을 총장 후보로 지목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3대 악재와 여러 얽히고설킨 상황에서도 그를 총장 후보로 애초부터 점찍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나온 분석을 정리하면 여기에도 3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먼저 당장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데 김 차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로 젊은 시절을 보낸 김 차장은 2013년 고검장 진급에 물을 먹고 부임한 수원지방검찰청장 시절 ‘이석기 내란음모·선동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현 정부의 숨은 비선(秘線) 실세라는 소문이 돌았던 정윤회 씨 관련 청와대 문건 사건을 잡음 없이 처리했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의 말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로 내년 초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청와대로서는 이를 큰 갈등 없이, 또한 별 잡음 없이 처리해줄 총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선 현직 검찰과 전직 검찰을 통틀어 김 차장만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통합진보당 해산의 단초를 만들고, 골치 아픈 정윤회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김 차장의 리더십은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에게 깊은 감동을 줬을 것이다. 이번 인사는 선거의 여왕이 보여준 또 다른 신의 한 수”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사실 2007년 대선 때 (김 총장 아버지의 MB 지지 건으로) 박 대통령이 많은 상처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런 측면에서 더욱 충성스럽게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강신명 경찰청장의 사퇴설이 돌지만 경찰 내부와 정치권에서도 “수사권 독립 문제로 매번 치고받고 시끄러운데 차라리 잘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솔직히 김수남-강신명 커플이 있다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서로 싸울 일도 없는데 굳이 청와대가 경찰청장을 버릴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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