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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저가 ‘페이백’에 속지 말자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 돈 더 돌려주는 것처럼 속여 고가 요금제 가입시켜

최저가 ‘페이백’에 속지 말자

[shutterstock]

[shutterstock]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백모(52) 씨는 6년간 사용해온 휴대전화가 최근 망가져 최신형 휴대전화를 사기로 했다. 그는 “고장 나지 않으면 평생 쓰려고 했는데, 아예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위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먼저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다. 직원이 친절히 설명하며 70만 원대 가격을 제시했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 판매원의 화술에 넘어가는 일이 많다는 보도를 본 기억도 났다. 백씨는 집에 돌아와 최저가를 찾아보려고 인터넷으로 휴대전화 가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는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90만 원 가까운 휴대전화를 60만 원대까지 할인해준다는 내용이 많았다. 50만 원대를 제시한 곳도 종종 보였다. 하지만 오프라인 구매에 비해 사은품이 부실했다. 또 매달 10만 원가량의 고가 요금제를 써야 할인받을 수 있었다. 백씨가 원래 사용하던 요금제를 그대로 쓰려면 오프라인 구매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백씨는 오프라인 구매에 비해 10만 원가량 저렴한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다. 할인 폭이 크지 않아 오히려 믿음이 갔다. 카카오톡으로 판매자와 상담했는데, 상담 내용은 매장에서 들은 바와 비슷했다. 기존 요금제보다 3만 원가량 비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3개월간 써야 했지만 사은품이 훨씬 좋았다. 무선충전기, 최고급 액정보호필름, 스마트 밴드 등 주변기기는 물론, 제주 왕복 항공권이나 뮤지컬 예매권도 준다고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휴대전화 가격이 싸지 않더라도 항공권을 받으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담당자가 특별 판매 기간임을 강조하면서 지금 휴대전화를 구매하면 ‘페이백’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게 뭐냐고 묻는 백씨에게 담당자는 자기가 받는 판매 장려금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백씨는 ‘항공권과 페이백을 주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계약을 했다. 

하지만 주문 후 휴대전화보다 먼저 온 사은품이 이상했다. 비수기 평일 항공권인 데다 여행사가 정한 숙박업소를 이용해야만 공짜 티켓을 받을 수 있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걸려 있었다. 사실상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믿을 것은 페이백뿐이었다. 하지만 실제 얼마를 돌려주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백씨의 아들이 업체에 전화해 페이백 액수를 확인한 결과 겨우 1만 원이었다. 백씨는 아들의 도움으로 휴대전화 개통 직전 계약을 취소했다.




페이백 액수 알려주지 않아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뉴스1]

하지만 페이백에 속아 3~6개월 동안 비싼 요금제를 쓰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와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실이 지난해 발표한 ‘이동통신 단말기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82.3%가 단말기 구매 시 중·고가 요금제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구매 시 지원금을 받았다는 응답자의 69.9%는 ‘고가 요금제 등 특정 요금제 사용 조건’이 있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이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는 기계(휴대전화) 몇 대를 파느냐보다, 어떤 요금제에 가입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 요금제에 따라 이동통신사가 판매자에게 주는 판매 장려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이백 문화가 생긴 이유도 이 판매 장려금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백씨의 예처럼 페이백을 해준다며 고가 요금제에 가입시킨 뒤 면피용으로 소액만 돌려주는 경우다. 업계에서는 페이백이라는 말이 걸려 있으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백이 불법이라 오프라인에서는 극히 일부 업체만 이 같은 방법으로 영업한다. 하지만 얼굴을 맞대지 않는 온라인에선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특히 페이백이라는 말에 속아, 혜택도 별로 받지 못하고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꽤 많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페이백 형식으로 돈을 돌려준다며 할부금을 선불로 받은 뒤 잠적한 사례도 있었다. 4월 인천 부평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이 고객 760여 명으로부터 3개월 후 잔여 할부금을 아예 없애주겠다며 휴대전화 구매 대금을 미리 받아 잠적했다. 피해 금액은 16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피해자와 대면을 피하려고 온라인으로 모객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실태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이 불법지원금을 노렸기 때문에 법상 구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휴대전화 구매 상담을 할 때 소비자가 내야 할 돈보다 할인 폭을 강조하는 업체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동시에 요금제 가입이 이뤄진다. 각 판매점에서는 휴대전화 요금제에 기계 할부금을 더해 매달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가격 및 통신비 할인액을 알 수 있는데, 일부 업체는 할인액만 설명한다. 휴대전화 가격 중 지원금으로 할인되는 금액과 월 통신비 할인 혜택만 모아 엄청나게 싸게 사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 만약 단말기 지원금 15만 원에 2년간 매달 1만5000원씩 통신비를 할인받으면 총 51만 원의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광고하는 식이다. 여기에 각종 카드사 혜택을 언급하며 신용카드 가입을 권하는 업체도 있다.


여권 요구하면 의심해봐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 및 판매점에 보급한 신분증 스캐너. [뉴스1]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 및 판매점에 보급한 신분증 스캐너. [뉴스1]

전자제품 판매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는 여느 전자제품과 달리 기계 가격만큼이나 통신비도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휴대전화 요금제 등에 밝지 않은 소비자라면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휴대전화를 사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어 불법지원금이 아니라면 가격 차이가 없다. 보통 대형 판매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각 이동통신사의 판매 장려금을 받지 않고, 단말기 판매 대수로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혹 온라인 휴대전화 판매업체 가운데 개통에 필요하다며 여권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 기본적으로 휴대전화 개통 시에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이 필요하다. 외국인이나 신분증을 분실한 경우에는 여권으로도 개통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신분증 사본이나 스캔본만 있어도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었지만, 일부 업체가 신분증 사본을 보관하는 바람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생겼다. 일부 악덕업체는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고객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개통 및 해지하기도 했다. 개통 실적을 올려 판매 장려금을 챙기려는 술책이었다. 

문제 재발을 막고자 정부와 이동통신사는 지난해 말부터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했다. 신분증 스캐너는 스캔한 신분증 이미지를 이동통신사에 보낸 후 바로 삭제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도용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휴대전화 개통을 위해서는 판매점을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온라인 판매업체는 대부분 휴대전화 개통을 위해 고객 신분증을 등기로 받는다. 개통한 휴대전화를 택배로 보낼 때 신분증도 함께 보내겠다는 것. 바쁜 일정으로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권이나 임시 신분증 스캔 이미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절차 간소화를 위해서라지만, 이를 악용하는 업체도 있다.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하면 개통을 시도한 내용이 이동통신사에 남지만, 여권 이미지를 받아놓고 휴대전화를 개통하지 않아도 이동통신사와 고객은 알 도리가 없다. 

휴대전화 구매 대금만 받고 잠적한 사례에서도 신분증 대신 여권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탓에 이동통신사와 당국은 이들의 범죄 사실을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 사후약방문으로 이동통신 3사는 휴대전화 개통에 여권을 활용하려면 임시 신분증명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해 이용약관 개정 신고를 할 예정이다. 임시 신분증명서는 각 동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악의적으로 여권 이미지를 쓰는 일을 막기에는 임시 신분증명서 발급이라는 허들은 너무 낮다. 이동통신사들이 매달 여권으로 개통할 수 있는 최대 건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소수의 악성 판매원을 근절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대전화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사는 편이 낫다. 온라인 업체 대부분이 양심적으로 영업하겠지만, 소비자가 옥석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7.18 1147호 (p42~44)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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