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5

2018.07.04

황승경의 on the stage

금기를 뛰어넘은 환생

연극 | ‘번지 점프를 하다’

  • 입력2018-07-03 09: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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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가슴에 묻은 첫사랑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남자에게 연인이 환생해 나타난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의 신비로운 로맨틱 스토리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국어교사인 남자 앞에 18년 만에 환생해 나타난 연인은 그의 제자다. 더구나 남자 제자. 법리적 잣대로 판단해도 어긋난 구성이며, 사회적 통념상으로도 이해되기 어렵다. 운명적 사랑을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그럼에도 배우 이병헌과 고 이은주의 인상적인 연기로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는 2001년 흥행과 평단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고, 두 배우의 대표 필모그래피로 남았다. 영화의 탄탄한 스토리 전개, 가슴 뛰는 대사, 감각적이고 수려한 영상 등을 고스란히 담은 뮤지컬 ‘번지 점프를 하다’가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감성으로 무대를 적시고 있다. 영화가 감독 김대승에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안겨준 것처럼, 뮤지컬도 2012년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 2013년 더뮤지컬어워즈 작곡  ·  작사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83년 여름비가 내리던 날, 국문학도 인우(이지훈  ·  강필석 분)의 우산 속으로 태희(임강희  ·  김지현 분)가 갑자기 뛰어든다. 그녀를 처음 바라본 순간, 인우의 모든 시간은 멈춰버렸다. 인우는 몇 날 며칠을 그녀와 마주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서성인다. 이를 지켜보던 친구 대근(최호중 분)과 기석(진상현 분)은 안타까운 마음에 일편단심 인우를 코치하고 조언한다. 그러나 상대가 있어야 실전이 가능한데 그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겨우 마주친 그녀를 이제 인우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인우의 모든 것은 태희이고, 태희의 모든 것도 인우였다. 그러나 군 입대로 자석 같은 이 둘은 갈라진다. 3년이라 생각한 시간은 영영으로 변한다. 

    2001년 봄, 상실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이고이 간직한 인우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가 담임교사를 맡은 반의 현빈(최우혁  ·  이휘종 분)에게서 태희가 보인다. 태희와의 아름다운 추억에 빠지기만 하던 인우는 이제 현실과 추억을 구분하지 못한 채 그녀의 버릇, 말, 유품을 현빈에게서 발견한다. 이제 인우는 현빈을 태희의 환생이라고 확신한다. 담임교사 인우 때문에 여자친구 혜주(이지민 분)와 갈등을 겪던 현빈도 아주 오래전 흐릿한 무언가가 뇌리에 자꾸 떠오른다. 현빈도 서서히 인우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모두에게 천부당만부당한 청천벽력일 뿐이다. 벽에 가로막힌 인우와 현빈은 산 정상으로 향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또 다른 내세의 사랑을 기약하며 새처럼 하늘을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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