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5

2018.07.04

특집 | 자연이 준 기적의 물, 식초

전통식초 맛과 향, 세계에서도 통할 것

6월 22, 23일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 열려

  • 입력2018-07-03 09: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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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상준 한국전통식초협회장. [홍중식 기자]

    6월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상준 한국전통식초협회장. [홍중식 기자]

    “전국 각지 식초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네요.” 

    6월 22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2A홀. 한상준 한국전통식초협회장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국내 최초 식초 전문 박람회인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이 시작된 날이었다. 

    “식초만 다루는 박람회를 열겠다고 했을 때 열에 아홉은 반대했어요. ‘발효식품 전체를 묶은 박람회도 어려운데 단일 품목으로 하는 건 모험’이라는 거였죠. 그러나 우리 식탁에 제대로 된 식초의 신맛을 올리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여겼습니다.” 

    주최사로는 한국전통식초협회와 동아일보가 나섰고,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등이 후원해 행사를 꾸렸다.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업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만 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는 게 한 회장의 소감이다. 

    6월 23일까지 진행된 이 행사의 개막식에는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과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 김덕호 농림부 식품산업정책관, 이영열 문체부 정책기획관, 김장래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처장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식초는 식품업계의 반도체

    쿠킹클래스에 참가한 주부들 모습(왼쪽). 백승주, 윤영일 의원 등 개막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부스를 돌며 업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박해윤 기자, 홍중식 기자]

    쿠킹클래스에 참가한 주부들 모습(왼쪽). 백승주, 윤영일 의원 등 개막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부스를 돌며 업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박해윤 기자, 홍중식 기자]

    윤영일 의원은 “식초는 전통 식문화와 농업문화가 한곳에 녹아 있는 식품업계의 반도체와 같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녔다”며 “지역구인 해남·완도·진도에 ‘비니거(vinegar) 시티’를 만들어 식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백승주 의원은 “얼라(아이)를 한번 보면 계속 봐야 한다는 표현처럼 뜻깊은 식초문화대전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협회의 관심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덕호 식품산업정책관은 “전통식초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농림부도 품질인증제와 명인제 등을 마련했다. 전통식초와 식문화 발전을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열 정책기획관은 “전통식초는 그 자체로 좋은 문화관광상품이다. 이 행사를 계기로 한국 전통식초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관광상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의 홍보대사로는 김봉곤 청학동예절학교 훈장이 나섰다. 그는 두 딸과 함께 식전 공연을 갖기도 했다. 김 훈장은 “여자가 임신하면 신맛을 찾는 것처럼 사람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신맛을 본능적으로 찾는다”며 “식초를 신주단지 모시듯 귀하게 여긴 전통처럼 식초가 필수품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남성, 차민욱 셰프가 식초를 활용한 음식을 선보였고, 한상준 회장은 식초 음용법에 대해 강의했다. 한 회장은 강의에서 “500㎖ 생수병에 식초를 20㎖(소주 반 잔 분량) 정도 넣은 뒤 하루에 3병을 음료수처럼 마신다”며 “꾸준히 먹으면 간 기능 개선, 디톡스, 고혈압과 당뇨 증상 완화, 다이어트 등 다양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식초 제품에 대부분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현미, 사과, 감, 포도, 매실 등 대중적인 식초 외에도 귤, 도라지, 아로니아, 산야초, 자색고구마, 복숭아, 오디, 오미자, 블루베리, 솔잎, 대추, 버섯, 은행, 양파, 자두, 복분자, 돼지감자, 석류 등 지역 특산물을 식초 재료로 사용한 업체가 많았다. 특히 대다수 업체는 인위적인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 그대로 숙성시켜 식초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피력했다. 가격도 해외 유기농 식초가 보통 6만~8만 원 선인 데 비해, 참가한 업체들의 식초는 2만~3만 원대였다. 

    식초 제품 이외에 장아찌, 물김치 등 식초를 활용한 음식이나 식초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통주 등도 나와 있었다. 과실 등 직접 재배한 재료로 식초를 만드는 곳에서는 과일청이나 잼을 내놓기도 했다. 관람객 이모(52·여) 씨는 “(전통)식초가 몸에 좋다는 건 알았는데, 너무 비쌀 것 같아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해외 식초보다 향이 훨씬 좋고 맛도 부담스럽지 않다. 한두 병 사 집에서 먹어본 뒤 가족 입맛에 맞으면 추가로 주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으로는 ㈜대상 브랜드 청정원이 주력 제품인 ‘정통사과식초’ ‘정통현미식초’ 등으로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하영옹기는 식초를 담글 때 쓰는 전통 항아리를 들고 나와 관심을 끌었고, 도시락을 만들 때 전통발효식초를 사용하는 수도시락 압구정점과 식초에 사용할 깨끗한 물을 만드는 퓨리체 정수기업체 올데이푸드도 이색 참가업체로 화제를 모았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전통식초 인기

    6월 22일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봉곤 청학동예절학교 훈장의 두 딸이 개막식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6월 22일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봉곤 청학동예절학교 훈장의 두 딸이 개막식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식초박람회라 시큼한 냄새로 가득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은은한 향이 났다. 한 업체 관계자는 “빙초산처럼 화학적으로 만든 식초의 향은 코를 찌르지만 최소 1년 이상 숙성시킨 전통발효식초는 향이 은은하면서도 산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월 23일엔 중국, 한국 학자들이 ‘식초문화와 발효문화의 담론-음식사로 본 식초와 신맛의 위상’이란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를 가졌다. 중국의 식초연구 대가인 자오롱광 저장(浙江)공상대 교수를 비롯해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김병철 음식철학연구소장, 김상보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장,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박사,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등이 발표했으며 청중 100여 명이 약 4시간에 걸친 콘퍼런스에 동참했다. 

    황윤억 한국전통식초협회 수석부회장은 “어려운 여건에서 치른 행사인데, 박람회에 가져온 식초 제품을 다 판매한 업체가 예상보다 많았다”며 “전통식초의 우수성을 알리는 무대였지만 전국 각지의 식초인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면서 전통식초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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