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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자연이 준 기적의 물, 식초

소화가 술술~ 약이 되는 발효식초

식후 소화제 역할…대장암 예방 효과도

소화가 술술~ 약이 되는 발효식초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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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진미가 눈앞에 있어도 소화를 못 시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만성 소화불량을 겪는 이는 음식을 먹기 전 배가 아플 것을 미리 걱정하기 마련. 찬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등 특정 음식만 먹으면 배가 살살 아프고, 이튿날 화장실을 들락날락할까 걱정돼 아예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소화불량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런 고충을 헤아리기 어렵다.


발효식품의 최정점, 식초

음식물을 섭취하면 우리 몸속 위장은 소화액을 분비하고 연동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2시간가량 위장에서 소화를 거친 후 음식물이 장으로 내려가면 장은 이를 흡수하기 좋은 형태로 변형한다. 이후 몸속 각 기관으로 보내져 에너지로 이용된다. 이처럼 음식물이 몸속에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장에서 숙성, 분해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소장에는 위장에서 소화된 음식물로부터 나온 영양분을 각 기관이 흡수하는 통로인 장 관문이 있다. 장은 면역세포가 밀집하고 점막이 가장 발달해 있다. 장 점막에는 미생물 균총이 자리 잡고 있는데 신경세포, 면역세포와 연결돼 살아간다. 유익 미생물은 유해균을 억제하고, 인체가 필요로 하는 각종 물질을 생산해 영양물질의 흡수를 돕는다. 장내 미생물 균총이 파괴되면 대장질환뿐 아니라 알레르기, 암, 치매, 자가면역질환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위장을 건강하게 관리하면서 음식물을 원활하게 소화하는 것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을 없애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식물을 흡수되기 좋은 형태로 먹는 것이 좋다. 날것보다 적당히 숙성, 분해되거나 익힌 음식물이 소화도 잘되는 법. 간장, 된장, 청국장, 김치, 식초 같은 발효식품은 우리나라 음식의 근간으로, 섭취 시 소화를 돕는다. 

이 가운데 특히 식초는 발효식품의 최정점으로 꼽힌다. 요리하는 약사로 알려진 한형선 약사는 저서 ‘푸드+닥터’에서 ‘식초는 백약 중에서도 으뜸이다. 발효식초에는 다양한 유기산과 단백질, 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 등이 풍부해 소화 흡수 능력을 좋게 한다. 특히 위암 등 특수 질환 때문에 위를 절제해 위산 분비 능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는 식초가 소화액을 대신할 수 있는 식품 중의 하나’라고 정의했다.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발효식초의 우수성이 입증돼왔다. 발효식초는 초산, 구연산, 아미노산 등 몸에 좋은 유기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유기산들은 인체 대사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1945년 핀란드의 아르투리 비르타넨 박사는 포도당과 같은 단당류 대사 과정의 첫 단계인 인산화 반응의 역할과 관련된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 연구에서 비르타넨 박사는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소화, 흡수돼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이 식초의 초산 성분임을 최초로 발견했다. 

흑초가 상당히 대중화된 일본에서도 발효식초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일본 타마노이사는 동물실험을 통해 흑초가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타마노이사는 가나자와 의대, 교토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쥐 20마리씩 3개 집단으로 나눠 37주 동안 실험을 진행했다. 발암물질을 투여한 쥐들에게 물, 흑초 0.05% 음용수, 흑초 0.1% 음용수 등 세 종류를 먹이고 대장암 발생률과 발생 건수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물만 먹은 20마리 쥐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16마리에게서 대장암이 발병했고, 흑초 0.1% 음용수를 먹은 실험군은 35%인 7마리만 대장암에 걸렸다. 암 발병 건수도 물만 먹은 실험군은 평균 1.45개인 반면, 흑초 0.1% 음용수 실험군은 평균 0.45개로 약 30%에 그쳤다. 타마노이사는 해당 연구를 통해 흑초에 발암물질 해독, 활성산소 제거, 염증 개선, 세포의 이상 증식 억제, 종양 억제 같은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발효식초가 소화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데 동의한다. 황윤억 한국전통식초협회 수석부회장은 “발효식초 내 초산과 유기산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장 기능을 강화해 여러 영양분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또한 장내 유해균을 사멸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에 변비나 설사 등 소화 관련 만성질환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식후 한 숟가락 물에 희석해 마시는 습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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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라 소화기 계통 암환자 가운데 수술 후 예방 차원에서 발효식초를 섭취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 1월 신장암 1기 판정을 받고 신장 절제술을 받은 60대 여성 최모 씨는 수술 후 예전처럼 식사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수술 전 먹던 양의 절반도 소화하기 어려워 다양한 민간요법을 찾던 중 발효식초를 접했다. 식사 후 발효식초 한 숟가락을 희석한 물을 한 잔씩 마시자 속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발효식초가 신장암, 간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 소화기암에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한 달 전부터 식사 후 조금씩 마셔왔다. 암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소화가 잘돼 만족한다. 꾸준히 마시는 습관이 암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섭취할 때는 다른 음식에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특히 발효식초는 음식 내 칼슘, 철분 등을 이원화해 몸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칼슘이 많은 생선류 등에 곁들이거나 각종 채소와 과일 샐러드에 드레싱으로 뿌려 먹으면 된다. 또 발효식초를 우유에 한 숟가락 타서 먹으면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음식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물에 희석해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발효식초 한 숟가락을 머그컵 한 컵 분량의 물에 1 대 5 비율로 희석해 하루 3번, 식후에 꾸준히 마시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여러모로 몸에 좋은 발효식초지만 잘못된 음용은 화를 부르기도 한다. 위장이 약한 사람의 경우 빈속에 발효식초를 들이켜면 위장 점막에 염증이 생겨 속쓰림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식초 섭취는 근육과 뼈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 하루 세끼 식사 후 소량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효식초를 마시면 식초의 산성으로 치아가 부식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음용 후 반드시 입안을 물로 헹굴 것을 권장한다. 이 밖에 발효식초 원료가 자신의 체질과 맞지 않아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이상이 느껴질 경우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주간동아 2018.05.30 1140호 (p14~15)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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