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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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 열린다!

자연이 준 기적의 물, 건강 밥상의 시작

  • 입력2018-05-08 15: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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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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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사와 ㈔한국전통식초협회는 우리 식초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민 건강 증진과 초(醋)문화 확산을 위해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을 연다. 6월 22~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식초문화대전은 국내 전통식초의 효능과 세계 각국 식초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벌써부터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 고문서에도 등장하는 식초는 로마제국 시대 클레오파트라가 건강과 미용을 위해 마셨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등 예부터 인류의 건강 지킴이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풍부한 유기산과 아미노산이 함유돼 비만과 당뇨를 예방하고 암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파인 푸드’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인류 1만 년의 묘약’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는 100여 개 식초 관련 업체가 참여해 조미식초와 음용식초, 식초 관련 뷰티 제품, 자가 양조 도구 등을 전시한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하는 지역별 식초를 맛볼 수 있는 ‘팔도 식초관’과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 ‘식초강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경할 수 있는 ‘해외 식초관’, 식초를 활용한 뷰티·미용제품, 세제 등을 소개하는 ‘식초활용제품관’, 식초병과 누룩, 온도계 등 발효식초를 만들 수 있는 도구가 전시된 ‘자가양조·발효용품관’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특별관’에서는 전통식초 제조에 관심 있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식초제품 창업 노하우와 자금 조달 방법 등을 조언해주는 ‘상담존’, ‘초산정’의 식초 양조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식초 양조존’이 운영돼 창업 도우미 및 자녀교육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행사 첫날에는 식초 전문가들과 함께 전통식초 양조 공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통식초 양조 공법 오픈강연’과 세대별 건강 예방을 위한 ‘식초 음용법 세미나’가 열린다. 또한 유명 셰프와 함께 하는 ‘식초 요리 쿠킹 클래스’와 ‘식초 요리 경연 대회’도 개최돼 누구든 건강 식초음식을 배워볼 수 있다. 쿠킹 클래스는 행사 전 미리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음용, 교육, 창업…식초의 모든 것 한자리에

    이틀간 진행되는 ‘명품 식초 경매’도 관심이다. 전국의 숨은 고수들이 자신이 만든 식초를 경매에 부쳐 일반인은 쉽게 접하기 힘든 다양한 전통식초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했다. 

    행사 둘째 날에는 식초문화대전의 하이라이트인 ‘식초 문화 콘퍼런스’가 열린다. 대한민국식초문화학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콘퍼런스는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가 좌장으로 나서 ‘구극의 발효식품, 우위(牛胃) 즙장 : 중국 귀주 동족의 비에(瘪)’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 김병철 음식철학연구소장과 김상보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장이 각각 ‘동서양 발효문화와 철학적 배경 : 소금, 지중해, 다산’ ‘궁중음식의 식초 문화’를 주제로 인류의 발효문화를 고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 2부에서는 세계적인 초(醋)문화 석학인 자오롱광(趙榮光) 저장공상(浙江工商)대 중국음식문화연구소장이 나서 ‘중국인의 식초 역사와 문화 및 인류의 신맛 기호 습성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동아시아의 오랜 식초 역사 속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자오 교수의 통역은 전병술 건국대 교수가 맡는다. 이어 박채린 박사(세계김치연구소)의 ‘고문헌을 통해 본 한국의 초산발효식문화의 특징’,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의 ‘잊힌 우리나라 식초 문화의 전통’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황윤억 한국전통식초협회 수석부회장은 “식초문화대전 콘퍼런스는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식초 석학들이 참여하는 첫 대회인 만큼 벌써부터 대학생과 식품 관련 연구소 연구원 등 학계와 산업계 인사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세계 식초문화를 정립하고 식문화 담론을 제시하는 귀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차 산업 각광…지자체는 ‘비니거 시티’ 움직임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에서는 대한민국식초문화학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식초문화 관련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자오롱광 저장공상대 중국음식문화연구소장, 김상보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장,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김병철 음식철학연구소장,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박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가 참여한다.

    식초문화대전은 귀농(歸農)을 준비 중인 ‘예비 귀농인’과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게는 새로운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식초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속속 입증되면서 국내 전체 식초시장은 1212억 원(2016년 기준)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국내 전통발효식초 시장은 지난해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도 20억 원에 비해 5배 급증한 수치. 그만큼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식초 발효기술을 익혀 귀농하려는 사람은 물론, 농촌지역 실버 세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전통발효식초에 관심을 갖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2014년 전남 신안군 도초면으로 귀농한 김경순(50) 씨의 설명이다. 

    “귀농 전 식초 발효 교육을 받는 등 2년 동안 준비 과정을 거쳤다. 식초의 가장 큰 특징은 ‘기다림’인 만큼 처음부터 대박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면 안 된다. 귀농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이용해 식초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드는 게 소득에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전통식초를 활용한 식초음료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함초식초’를 생산 중이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농촌지역은 실버 세대가 직접 집에서 전통식초를 만들어 농가 소득을 올리고 관광객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 ‘흑초마을’처럼 관광객이 수천 개 식초 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식초도 음미할 수 있는 ‘비니거(Vinegar) 시티’로 만들어 ‘6차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 예천에서 ‘초산정’을 운영하는 한상준 한국전통식초협회 회장은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가공식품),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연계한 6차 산업에서 식초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이탈리아 발사믹 식초의 고향인 모데나는 관광객이 연 1000만 명 넘게 찾아오는 식초 명소가 된 만큼 우리나라도 전국에 분포한 전통식초 양조장을 중심으로 관광코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곡물식초의 경우 쌀 1kg으로 식초 3ℓ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식초문화대전은 쌀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식초(Vinegar)는 프랑스어 Vin(와인)과 Aigre(신맛)의 합성어인 ‘Vinaigre’가 어원으로, 술이 발효돼 신맛이 나는 것을 의미한다. 성서에 ‘신맛이 나는 포도주’가 조미료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오래전부터 술로 식초를 만들어 ‘신맛이 나는 조미료’로 사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고려시대 한의서 ‘향약구급방’에 식초를 약으로 쓰는 방법이 기록돼 있고, 조선시대 실용지식서 ‘규합총서’에도 쌀식초 제조법이 등장한다.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해온 식초의 풍미 및 문화를 식초문화대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터뷰 | 황윤억 한국전통식초협회 수석부회장
    “식초 한 방울이 건강한 밥상 문화 이끌 수 있다”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밥상에 식초를 통한 신맛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식초문화가 자리 잡아야 국민 건강 증진과 식문화 개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명맥이 끊긴 전통식초의 부활이 꼭 필요합니다.” 

    황윤억(57) 한국전통식초협회 수석부회장은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을 앞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황 부회장은 20년 넘게 해온 기자직을 2010년 접고 통합의학을 공부하면서 발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먹을거리는 기계적인 기술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2013년 ‘한국전통발효아카데미’를 세웠고, 현재 식초학교를 비롯해 생활전통주학교, 전통누룩학교, 장아찌학교, 음식치유학교 등에서 발효음식과 관련된 강의를 열고 있다. 

    이번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은 발효식품의 정점인 식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황 부회장은 “식초는 전통주나 김치, 젓갈, 장류 등과 달리 발효를 2번 거치기 때문에 발효식품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암, 당뇨, 고혈압 등 나쁜 생활습관에서 오는 병을 예방할 수 있는 대표 음식이 바로 식초”라고 말했다. 다음은 황 부회장과 일문일답. 

    식초문화대전은 어떻게 탄생했나. 

    “흔히 건강을 지키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밥상문화’만 바꿔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음식은 문화를 먹는 것이다. 2014년 한국전통식초협회를 발족한 이래 열심히 식초를 알려왔지만, 신맛문화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식초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초로 우리 음식문화를 바꾸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식초문화대전을 기획하게 됐다.” 

    식초문화가 형성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 

    “국민의 평균적인 표준 입맛에 맞는 전통식초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식초가 있어야 한다. 이탈리아는 발사믹 식초, 중국은 미초, 일본은 흑초, 미국은 사과식초가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대표 식초가 없다. 현재로서는 곡물식초가 가능성이 가장 크다. 남아도는 쌀이 많은 상황인데, 식초 한 병을 만들려면 10배의 곡물이 필요하다. 전통식초로 쌀 소비를 늘리고 건강한 밥상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식초가 왜 좋은가. 

    “식초는 전통주, 김치, 젓갈, 장류와 함께 국내 5대 발효식품으로 꼽히며 아미노산과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한 가지 꼭 알아둬야 할 것은 식초라고 다 같은 식초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식초는 주정식초다. 이는 대형 초탑에 산소를 인위적으로 빠르게 공급해 며칠 만에 원하는 산도를 만들어내는 ‘속초법’을 사용한다. 반면 천연발효식초(전통식초)는 효모로 알코올 발효를 하고 다시 초산균으로 초산발효를 진행해 만들기 때문에 식초 한 병이 나오려면 적어도 3개월, 보통 6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영양분의 차이도 극명하다. 주정식초에는 신맛을 내는 초산만 있지만, 천연발효식초에는 초산뿐 아니라 사과산, 젖산, 구연산 등이 골고루 들어 있다. 해마다 암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늘고 있고, 대형병원들도 경쟁적으로 암센터를 세우지만 암을 치유하기에 앞서 암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식초문화 확산도 그중 하나라 생각한다.” 

    식초를 활용한 밥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음식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식초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식초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인문학적 접근이라 생각한다. 신맛문화가 한반도에 어떻게 정착해왔는지, 식초문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전래됐는지를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전통식초가 올라간 밥상은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 즉 완벽한 밥상이라 볼 수 있다. 천연 항염증 치료제인 식초를 수시로 먹으면 빈부 격차에 따른 건강 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다.” 

    식초로 병을 극복한 사람들도 있는데. 

    “식초학교에 다니는 사람 중에도 암 환자가 여럿 있다. 물론 식초가 암 극복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는 없지만, 효과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식초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재료다. 한상준 초산정 대표의 경우 밭작물을 생산하는 곳과 계약을 맺어 농약을 치지 않고, 모종 간격도 일반 작물에 비해 넓게 해 낟알이 굵어지게 한다. 곡물식초뿐 아니라 다른 식초들도 유기농 재료를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전통식초 가격이 다소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통식초를 찾는 인구가 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다.” 

    ‘2018 대한민국 식초대전’의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식초문화와 발효문화의 담론을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식초문화 콘퍼런스를 진행한다. 세계적 인류학자이자 음식학자인 중국 자오롱광(趙榮光) 박사를 초대했다. 또한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를 모셔 발효문화와 신맛문화의 재정립을 시도하는 동시에, 식초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위해 국내 대표 인류학자와 민속학자, 발효문화학자 등 총 6명을 모실 계획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박람회장 가운데 오픈 무대를 만들어 관람객이 오가며 편하게 들을 수 있게 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 식초문화가 바로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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