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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 ‘탁’ 치니 ‘억’ 소리 난다

정부 최대 8억 넘게 산출 …시장 패닉 · 위헌 소송 등 부과 전부터 요동

재초환 ‘탁’ 치니 ‘억’ 소리 난다

  • *재초환(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1월 21일 국토교통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자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왼쪽)와 3주구의 희비가 엇갈렸다. [뉴시스]

1월 21일 국토교통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자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왼쪽)와 3주구의 희비가 엇갈렸다. [뉴시스]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도 ‘재건축’이라고 하면 돈이 된다는 것쯤은 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에서 재건축 아파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재건축이라 해도 신중히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월 21일 그동안 가늠하기 어렵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재초환)의 윤곽이 나왔기 때문. 정부가 내놓은 서울 강남4구의 재초환 예상액은 최소 1억6000만 원에서 최대 8억4000만 원이었다. 많아야 1억 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하던 재건축 아파트단지 조합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금이 8억4000만 원이라니…”

재초환 ‘탁’ 치니 ‘억’ 소리 난다
재초환은 지난 10년 동안 용어만 있을 뿐 제대로 부과된 적이 없는 하나의 개념에 불과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건축이익환수법)은 2006년 5월 정부가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이를 적정하게 배분, 주택가격 안정과 사회적 형평성을 맞추고자 만들었다. 이후 건설경기 악화와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맞물리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한파가 몰아닥쳐 2008년과 2012년, 2014년 총 3차례 유예됐다. 유예기간은 2017년 말까지였는데 지난해 국회에서 재초환 유예에 관한 안건을 상정해 한 차례 더 유예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로 정부가 강한 실행 의지를 보여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재초환 부담금은 재건축 이후 완공된 새 아파트의 값을 예상해 매긴다. 종료 시점의 주택가액에서 개시 시점의 주택가액,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개발비용을 뺀 액수에 해당 부과율을 곱해 계산한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예상되는 조합원 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적용되고, 부과율은 평균 이익의 액수에 따라 10%(3000만 원 초과~5000만 원 이하)에서 50%(1억1000만 원 초과)가 적용된다. 보통 재건축으로 예상되는 조합의 이익이 1억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부과율은 기본이 50%인 셈이다(표 참조). 

당초 조합은 대부분 재건축 사업 자체가 재초환 부담금을 내더라도 그 이상의 이익 실현이 담보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강남4구 15개 단지의 재초환 예상액이 조합원당 평균 4억4000만 원이라고 발표하자 비상이 걸렸다. 

정부 발표 이틀 뒤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찾아갔다. 해당 단지는 8억4000만 원을 내야 하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대로변에 줄지어 선 부동산공인중개업소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인근 편의점 직원에게 묻자 “어차피 이쪽은 8·2 부동산대책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려워져 거래가 없었던 걸로 안다. 그런 데다 최근 정부에서 불법거래 단속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아예 문을 닫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 사무실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정부의 이번 발표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거절했다. 10여 년 전 전용면적 85㎡를 구매해 현재까지 실거주하고 있는 한 조합원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정상적인 금액은 아닌 것 같다. 평균 4억40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건 이익이 그 이상이라는 얘기인데, 무슨 기준으로 그런 금액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일각에서는 8억4000만 원 부과 단지가 이곳이라고 하는데 조합 집행부에서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우리는 3주구라고 얘기한 적 없다’고 했다더라. 정확지 않은 금액을 놓고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재초환 시행을 알고 있던 터라 당초 이를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해당 조합원은 “조합에서 추정한 금액은 6500만 원 수준이었다.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4억 원이 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려면 집을 팔아도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리처럼 재건축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조합원은 억울한 면이 있다. 이 아파트는 지어진 지 올해 45년째로, 낡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쥐도 돌아다니는 실정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해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집 한 채를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상황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재건축 명암 갈려, 새 아파트는 반사이익

1월 21일 정부 발표 이틀 뒤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앞 부동산공인중개업소들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지호영 기자]

1월 21일 정부 발표 이틀 뒤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앞 부동산공인중개업소들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지호영 기자]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50층으로 재건축하는 안을 허가받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재초환을 피하지 못했다. 해당 단지 조합도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 집행부 직원은 “계산을 한번 해보라. 부담금을 8억4000만 원 내려면 재건축 이후 적어도 집값이 17억 원은 올라야 한다는 소리인데 이게 가당키나 한가. 서울 시내 어떤 단지에서 그 정도 차액이 나왔는지 해당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최근 분양하는 강남권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4000만 원가량인데 시세는 3.3㎡당 5000만 원 선이다. 그 정도 차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납득하겠는데 이건 말도 안되는 금액”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뮬레이션 금액을 공개한 의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그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하도 오르니까 그냥 겁줘서 사업을 못 하게 하려는 걸로 보인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공개해 ‘이 정도 세금 낼 자신 있느냐’며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닌가. 당장 5월에 예상액이 통지된다고 하는데 재건축 분담금에 재초환 부담금까지 감당할 수 있는 조합원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조합은 어찌됐든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책무가 있는데, 혹여 재건축 완공 이후 재초환 부담금을 내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문제로 분쟁이 생겨 집행부에 불통이 튈까 걱정”이라며 재건축 사업의 차질을 우려했다. 

한편 재초환 예상액이 공개되자 벌써부터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속도를 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면서 재초환을 피한 단지들이 주목받는 것. 강남구 개포동 개포 주공1단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한신4지구, 서초동 신동아1·2차,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잠실동 진주아파트 등이다. 8·2 부동산대책 이후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단지는 조합설립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다. 이에 이들 단지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1월 25일부터 1가구-1주택자에 한해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채운 경우 거래할 수 있도록 한 만큼 해당 매물이 나온다면 호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헌 집단소송 준비하는 조합들

또한 서울 시내 완공 10년 이내인 비교적 신축 아파트의 몸값도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재건축이 완료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지난해 재건축이 끝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은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호가만 치솟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한강 조망이 가능한 전용면적 154㎡가 최근 50억 원에 나왔는데 과연 거래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 원장은 “재초환 예상액이 공개되면서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은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 반면 규제를 피한 재건축 단지들은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또한 재건축의 최종 목적지가 새 아파트인 만큼, 재건축 사업의 속도가 느려지고 부담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최근 지은 새 아파트들의 투자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합들은 재건축이익환수법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모집해온 김종규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강남 부자들이 돈 몇 푼 아끼려고 소송하는 것처럼 비춰지는데, 강남뿐 아니라 재건축을 앞둔 전국 모든 단지가 해당된다. 정부는 재건축으로 상승한 집값이 3000만 원 이상이면 일괄적으로 재초환을 부과하지만, 사실 재건축을 시작하면서 3000만 원 이상 상승하는 걸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재건축 기간이 최소 10년 걸리는데 그동안 전셋집을 전전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조합원들과 싸우기도 하면서 어렵사리 재건축하는 건데 불로소득으로 비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초환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최대 50%에 달하는 과세율, 과세 형평성 등이다. 김 변호사는 “정부 발표 이후 처음 연락해온 조합원은 은마아파트에 1979년 입주한 퇴직 직장인이었다. 처음에는 재건축도 반대했다고 한다. 올해부터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걸려 재건축 공사 분담금 대출도 막혀 막막한데 재초환 폭탄까지 터지니 재건축하다 내 집에서 쫓겨날 판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처럼 집 한 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은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또 과세율 50%도 요율이 지나치게 높아 일반 직장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세 형평성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도로 하나를 두고 나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3주구의 경우 해를 넘기면서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1·2·4주구는 지난해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시공사를 현대건설로 낙점했고 속도를 내 지난해 12월 25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바로 이웃 단지인 3주구는 1월 29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정하기만 하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데 단 몇 달 차이로 세금 폭탄을 맞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재초환 부담금을 납부한 뒤 입주하고 10년가량 지나 양도하려 할 때 집값이 떨어져 재초환 부담금보다 낮은 이익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지금까지 집값은 몇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외부 원인에 의해 전국적으로 떨어진 때도 있었다. 따라서 재건축 이후 납부한 재초환 부담금에 비해 양도세가 더 낮아지는 일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직원은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 조합설립부터 준공까지 가격 차익이 당연히 발생한다. 준공 이후 집값이 재초환 산정 때 준공 시점의 예상 집값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논의할 가치가 없는 사안”이라고 잘라서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10년 전 헌법재판소(헌재)가 이미 재초환 관련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을 들며 문제없다는 의견을 확고히 밝혔다. 2008년 당시 청구인들은 재건축이익환수법의 제3조, 7조, 8조, 9조 등 11개 조항이 청구인들의 재산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환경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는 이들 조항 자체에 의하여 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금부과처분이라는 구체적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발생하므로 직접성 요건이 결여되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직원은 “동일 건에 대해 이미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나온 바 있고, 매번 제기된 해묵은 논란인 만큼 거기에 대해 더 언급할 말이 없다. 법리적으로 다투면 해결될 문제”라고 답했다.


10년 전 헌법소원 각하 결정, 뒤집어질까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부과를 피하지 못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조합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뉴시스]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부과를 피하지 못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조합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뉴시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결정문을 자세히 봐야 한다. 재초환이 부과되지 않아 직접성 요건이 결여됐기 때문에 각하된 것이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액수가 나왔고 부과가 현실화됐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다툴 요건을 충족했다. 또 1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법률 폐지가 어렵다면 과세율 등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결문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이 있다. 헌재는 ‘조합원인 청구인들의 경우 재건축조합이 재건축 부담금을 사전에 징수하기로 결정한다면 재건축 부담금을 사전에 납부하도록 강제되므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법률 규정상 사전징수를 결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이라는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고 있어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헌재 역시 재건축이익환수법이 부분적으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 의지가 여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이뤄지더라도 재건축이익환수법이 폐지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일부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과세율이 지나치다는 반발이 심해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칼끝을 겨눈 강남권의 재건축 조합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초환 부담금, 까짓것 내면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부담금이 감당할 만한 수준일 때 가능한 일이다. 

내부적으로 반발이 극에 달한 조합도 많지만 아직까지 지켜보겠다는 조합도 꽤 있다. 더러는 “일단 5월에 나올 재초환 부담금 통지를 받은 다음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인터뷰한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한 조합원은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지나친 집값 상승분을 거둬 균등하게 분배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에 공감한다.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내겠다. 하지만 그 액수가 집 한 채를 가지고 평생 살아온 조합원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어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1.31 1124호 (p28~31)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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