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0

2018.01.03

“착하게 만든 성인용 기저귀 착한 소비자가 사주길”

김병우 이사장 | ‘다함께 우리’ 성장해가는 다울사회적협동조합

  • 입력2018-01-02 18: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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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두레’ 같은 자조 조직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실 협동조합은 기업이다. 농업협동조합, 즉 농협을 생각하면 된다.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이다. 우리가 흔히 협동조합이라는 말을 들을 때 떠올리는, 좀 더 따뜻하고 공동체적인 느낌의 조직은 ‘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한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2조 3항은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특별히 ‘사회적협동조합’이라 부른다고 규정한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이 바로 그런 조직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사업을 하고, 그 수익금은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일반 협동조합은 시도지사에게 신고하는 것으로 설립이 가능한 반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중앙부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익성 등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거친다. 현재 전국적으로 협동조합이 1만2528개에 이르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842개에 불과하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그중 하나다.

    같이 멀리 힘차게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건물 1층에 사회적기업 상품 판매장(왼쪽)을 만들고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여러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협력의 허브 구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다울사회적협동조합]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건물 1층에 사회적기업 상품 판매장(왼쪽)을 만들고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여러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협력의 허브 구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다울사회적협동조합]

    그렇다면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다를까.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회사다. 사회적협동조합도 이 조건에 부합하면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이에 따라 2016년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사회적협동조합이면서 사회적기업이고, 2015년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단체로도 지정된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게 있다. 2013년 10월 충남 천안에서 기업 10개가 힘을 모아 설립한 이 조합이 4년 새 회원사가 41개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최근 공동브랜드 ‘늘벗’을 만들어 노인 환자 등을 위한 성인용 기저귀 제조 및 유통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청소, 돌봄, 급식 등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회원 기업이 손을 잡고 노하우를 공유하며 공동사업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9월 출시된 늘벗 기저귀는 현재 전국 각지 요양기관과 병·의원 등으로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이렇게 성장을 거듭하고, 사업 분야를 확대하면서, 공동의 미래를 모색하는 것은 흔치 않다. 



    김병우(48)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사회적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은 ‘좋은 일’을 하는 회사라는 인식과 더불어 ‘영세기업’ 이미지도 갖고 있다. 수익을 목적으로 삼지 않으니 적극적·도전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일반 기업에 비해 더 열심히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그 과실을 사회와 나누는 것만큼 큰 사회 공헌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년 시절부터 협동조합 운동에 관심을 가져온 김 이사장은 2014년 사무처 직원으로 다울사회적협동조합에 합류해 2017년 11월 이사장이 되기까지 각종 실무를 도맡았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의 성장 역사와 장래 비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 분야는 청소, 돌봄 등 일부 영역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 저임금 직종으로 사회적 평가가 낮고 종사자의 업무 만족도도 떨어져 이직률이 높은 분야다. 이 영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안정적인 업무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다울사회적협동조합 멤버들은 창립 초기부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추진한 것이 교육 사업이다.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서는 청소가 다 똑같이 평가받지 않는다.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 노동자의 기술 숙련도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청소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가격 차이로 이어진다. 고급 기술과 숙련도 높은 인력을 갖춘 청소업체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바로 이 부분을 공략하기로 했다. 조합 차원에서 관련 교육 사업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로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2014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 인가를 받았다. 청소 관련 업종에서는 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때 세운 ‘다울직업훈련원’은 2015년 직업능력 개발교육 국비지원 과정으로도 선정됐다. 이곳에서 많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일반 청소뿐 아니라 자동차 세차, 입주 청소 등에 대한 전문교육과 실습 과정을 이수했고, 수료생의 70%가 취업 및 창업에 성공했을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와 동시에 다울사회적협동조합 회원사들은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 노력도 기울였다. 이 조합에 속해 있는 사회적기업 (주)두레마을은 2014년 자체 개발한 신발 내부 세척 및 살균 장비로 미국 특허를 내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회원사 (주)깔끄미하우스는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혁신적인 세척 기술을 개발해 ‘2017 베트남환경에너지산업전’에 참가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협동조합의 전통적 업무 영역에서 역사를 써가면서, 동시에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새로운 분야 진출도 시도했다. 

    조합 내 기업들이 제품, 서비스, 자본 등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이른바 ‘가치사슬 연계’를 할 수 있도록 제조·판매, 컨설팅, 연구개발, 도소매유통 분야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손을 잡았다. 물론 사회적협동조합의 취지와 가치에 동의하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삼았다. 이렇게 연대의 폭이 넓어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다. 2017년 론칭한 ‘늘벗’도 이 과정에서 태어났다. 김 이사장은 “우리 조합 회원사 중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 노동자들이 요양병원에서 일하며 느낀 문제점을 얘기해줬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정부가 요양병원 등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데, 그것이 환자나 그들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에게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지원금의 상당 부분은 물품 구매 비용으로 빠져나가는데, 그렇게 들여오는 물품의 질이 형편없기 일쑤라고 했다. 이 부분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성인용 기저귀를 ‘착하게’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여기서 나왔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늘벗’ 제품은 국내 업체 원료를 이용해 100% 국내에서 생산한다. 재생펄프, 표백제 등 환자 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재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윤을 낮춰 저가 외국산 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매겼다. 김 이사장은 이 제품이 국내 요양병원 등에서 널리 사용되면 병원 수익이 개선되고,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지며, 질 나쁜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미안함을 느끼던 기관 종사자들의 ‘마음의 짐’도 상당 부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사회적협동조합 복합체의 꿈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꿈꾸는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 [사진 제공·다울사회적협동조합]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꿈꾸는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 [사진 제공·다울사회적협동조합]

    좋은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이 ‘늘벗’ 기저귀 매출액의 1%를 기금으로 적립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이다. 이 기저귀를 쓰는 건 말 그대로 ‘착한 소비’라 할 만하다. 김 이사장은 “국가보훈처 등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이 늘벗 기저귀를 사용해주면 사회적 인식이 제고돼 더 많은 기관이 우리 제품을 찾게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이 늘벗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행 협동조합 기본법 제95조의 21항에는 ‘공공기관의 장은 구매하려는 재화나 서비스에 사회적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 구매를 촉진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12조 1항에도 ‘공공기관의 장은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구매를 촉진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김 이사장은 “이 조항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해야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 제 구실을 하며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성장,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늘벗 기저귀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더 많은 요양시설에 들어가면 김 이사장은 또 다른 사회적 의미가 있는 제품의 제조·유통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요양시설에서 흔히 사용하는 매트, 물티슈 등을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 좋은 제품이 많아지고, ‘공동체의 가치’를 생각하며 소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 앞장서는 게 김 이사장, 나아가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의 꿈이다. 

    “지금 우리 조합은 천안역 앞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어요. 3층은 교육장, 4층은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장소로 마련해두고 관련 기업들에게 무상임대해주고 있죠. 2018년에는 우리 조합의 자산을 마련해 사회적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의 명실상부한 허브 구실을 하고 싶어요. 또 탄탄한 기술력을 갖고도 소액 자금을 유통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을 위한 단기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시작하면서 늘 롤모델로 삼았던 스페인 몬드라곤 공동체처럼, 언젠가는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을 기업과 관련 교육기관, 금고 등이 다 모여 있는 ‘한국형 사회적협동조합 복합체’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때가 되면 ‘다 함께 우리’ 성장하자는 ‘다울’의 가치가 더 잘 실현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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