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0

2018.01.03

국제

중국 ‘샤프 파워’를 조심하라!

서방 각국 경계령…中 매수, 유인 등 은밀한 수법 동원해 親中派 심어

  • 입력2018-01-02 18:21:2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차이나디지털타임스]

    [차이나디지털타임스]

    중국이 은밀하게 행사하는 ‘샤프 파워(sharp power)’ 전략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샤프 파워란 ‘소프트 파워(soft power)’와 달리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비밀리에 영향력을 구사하는 방법을 뜻한다. 소프트 파워는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교육·학문·예술 등 인간의 이성과 감성적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적 영향력을 가리킨다. 상대를 설득해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샤프 파워는 막대한 음성자금이나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하고 유인, 매수, 강압 등 탈법적 수법까지 동원해 상대로 하여금 강제로 따르도록 하는 힘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호주 위협”

    중국 사업가와 유착 스캔들로 사퇴한 샘 대스티아리 상원의원을 풍자한 호주 언론매체 ‘해럴드선’. [차이나디지털타임스]

    중국 사업가와 유착 스캔들로 사퇴한 샘 대스티아리 상원의원을 풍자한 호주 언론매체 ‘해럴드선’. [차이나디지털타임스]

    중국의 샤프 파워를 강하게 비판하는 대표적 국가로 호주를 들 수 있다. 야당 의원이 중국계 사업가와 유착 스캔들로 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캔들 장본인은 호주 제1야당인 노동당의 차기 지도자로 물망에 오르던 샘 대스티아리 상원의원이다. 대스티아리 의원은 여행 경비와 고가의 선물을 제공 받는 등 후원자인 중국계 사업가 황시앙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동안 대스티아리 의원은 “호주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노동당의 당론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또 노동당 부대표가 홍콩의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을 만나는 것을 훼방 놓기도 했다. 심지어 황시앙모에게 호주 정보기관의 도청을 조심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드러나면서 대스티아리 의원은 사퇴했지만 호주 정치권에는 상당한 후폭풍이 불고 있다. 호주 정부와 여당인 자유당은 외국인이나 외국 기관이 국내 정당 및 정치 단체를 후원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률을 제정할 방침이다. 야당들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호주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호주 언론들은 중국 기업이나 사업가들로부터 돈을 받은 의원이 더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호주 멜버른대 로스쿨은 2000~2016년 해외에서 들어온 정치자금의 80%가 중국 쪽 기부라고 집계, 발표했다. 

    호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동맹국이다. 호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 비밀정보를 공유하는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의 일원이기도 하다. 호주는 2011년 북부 다윈항을 미국 해군기지로 내주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데 앞장서왔다. 게다가 호주는 최근 외교백서를 14년 만에 발표하고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중국은 그동안 호주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은 호주의 철광석, 석탄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쇠고기를 대거 수입해왔다. 중국 사업가들도 호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등 활발히 진출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런 사업가들을 활용해 호주 정치권과 은밀한 관계를 맺었다. 말 그대로 샤프 파워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뉴질랜드에서도 2017년 9월 여당인 국민당의 중국계 의원 지안 양이 간첩으로 활동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양 의원은 1978년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공정학원에 영어 전공으로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그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또 석사학위를 따려고 뤄양 외국어학원에서 공부했는데, 이곳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나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와 유사한 중국 정보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군사적 목적의 첩보활동이나 간첩 양성에 특화된 교육으로 유명하다. 양 의원은 1993년 중국을 떠나 호주국립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딴 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로 일하면서 뉴질랜드 국적을 취득했다. 2011년 국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서 당선한 그는 외교위원회에 소속돼 총리의 중국 방문을 수행하는 등 중국과 협력에 앞장선 친중국파로 분류된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양 의원이 중국에서 경력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숨겨왔다며 지난 6년간 중국 정부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해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 정보기관이 그를 간첩 혐의로 조사 중이다. 양 의원이 간첩 혐의를 벗는다 해도 중국 정부가 그동안 그를 통해 뉴질랜드에 눈에 보이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독일 정보기관 연방헌법수호청(BfV)은 ‘최근 중국 정보요원들이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 등에 가짜 프로필을 올리고 이곳에 접속하는 사람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려 했다’며 주의를 요청했다. 한스 게오르그 마센 연방헌법수호청장은 “중국 정보요원들이 특정 정당과 정부 부처 및 기관들에 침투하려는 광범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BfV가 9개월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수법으로 중국 정보요원들이 접촉한 독일인은 최소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정보요원들은 링크드인 프로필 직업란에 정부 정책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유명 싱크탱크나 기관의 연구원, 헤드헌터라고 적어놓고 젊고 매력적인 남녀의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 이용자를 유인했다. 실제로 접촉이 이뤄지면 주로 전문적인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거나 중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 등에 초청하기도 했다. 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며 유인한 사례도 있다. 독일 언론들은 중국 정보기관이 독일과 유럽의 의회의원, 군 고위관리, 연구기관 대표 등을 포섭하려는 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미 상원의원과 중국의 ‘거래’

    중국은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도 교묘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스티브 데인스(공화당·몬태나주) 상원의원과 ‘거래’를 들 수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몬태나산 쇠고기를 중국에 수출하려고 공을 들여온 데인스 의원이 중국대사관 측의 요청으로 티베트 지역을 관리·감독하는 중국 공산당 간부 사절단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당시 로브상 상계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가 워싱턴DC를 방문하는 효과를 희석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산에 따른 것이다. 데인스 의원은 그 대가로 2억 달러(약 2152억 원) 규모의 쇠고기 수출을 따냈다. 데인스 의원은 워싱턴DC 중국대사관 앞거리의 이름을 중국 반체제 인사인 고(故) 류샤오보의 이름에서 따와 바꾸자는 법안도 반대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노력의 하나로, 경제적 인센티브와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사항을 대담하게 결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미국의 미디어, 문화계, 싱크탱크, 학계 등에도 자금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자국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민주주의 사회인 서방 각국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샤프 파워 전략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