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9

2017.12.27

스페셜

연말연시, 착한 선물 어때요?

주고받는 이의 마음 온도 높일 2% 좋은 선물

  • 입력2017-12-26 16: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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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이 만드는 깨끗한 비누

    동구밭


    “우리 비누가 좋은 이유는요, 순하고, 얼굴하고 몸과 발을 전부 다 깨끗하게 씻을 수 있습니다!” 

    얼굴 가득 선한 미소를 띤 이정익(29) 씨가 마치 프레젠테이션을 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이씨는 3월부터 ‘동구밭’에서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다. 그의 손을 거쳐 생산되는 ‘가꿈’ 비누는 이씨 말마따나 순하고 세정력 좋은 비누로 요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덕분에 동구밭 규모도 부쩍 커졌다. 2015년 노순호(26) 대표 등 대학생들이 발달장애인의 사회 적응을 돕고자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장애인 14명, 비장애인 10명을 고용하고 있다. 

    노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는 자체 개발한 비누와 다른 회사의 주문을 받은 OEM(주문자상품부착생산) 비누를 각각 생산한다. 전자의 경우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농사지은 케일, 상추 등을 원료로 사용하며 1000시간 이상 저온숙성을 거친다. 좋은 자연 성분이 피부에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라고 자랑했다. 이러한 동구밭 비누는 최근 경북 안동시 한옥 리조트 ‘구름에’를 비롯해 전국 여러 호텔이 객실 비치용으로 구매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비누 품질 못지않게 눈이 가는 건 재료 생산부터 제작, 포장 등 전 과정에 발달장애인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모아 이르는 말이다.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한국에서 이들이 비장애인 친구를 사귀거나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다 보니 사회성이 계발될 기회도 적다. 이는 또다시 기업들이 발달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노 대표가 동구밭을 창업한 목적이 여기 있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오른쪽)와 ‘착한 비누’. [지호영 기자]

    노순호 동구밭 대표(오른쪽)와 ‘착한 비누’. [지호영 기자]

    대학생 시절 ‘발달장애인 10명 가운데 6명은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얘기를 들은 노 대표는 이들과 비장애인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2014년 당시 사회적 기업 양성에 관심을 갖고 있던 서울 강동구로부터 100㎡ 규모의 텃밭을 지원받으면서 이 꿈을 실현할 초석이 놓였다. 이곳에서 노 대표 친구들과 발달장애인들이 어우러져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탄생 당시 동구밭은 이름 그대로 텃밭에 집중하는 기업이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텃밭 가꾸기에 참여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후원 기업도 늘면서 텃밭 수가 2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사회성 계발’을 넘어 다음 단계를 모색할 때가 온 것이다.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이 텃밭에서 비장애인과 같이 일하고 친구를 사귀면서 점점 사회성이 자라나기도 했다. 이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텃밭 재료를 이용한 비누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6년 여름 오랜 준비 끝에 가꿈 비누를 출시하면서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 1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고용했다. 그리고 회사 규모가 커지는 데 따라 장애인 직원 수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더 많은 비누가 팔리면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안정적 일자리를 얻게 된다. 동구밭은 2016년 보건복지부 표창,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 등도 받았다. 노 대표는 “우리 회사의 미션은 ‘발달장애인이 갈 곳을 만들자, 일할 곳을 만들자, 살 곳을 만들자’다. 발달장애인이 행복하게 일하며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존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나아가 그런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본 외국 발달장애인들이 ‘나도 동구밭에서 일하고 싶다’며 우리나라에 이민 오게 만들고 싶은 꿈도 있다고 한다. 동구밭 비누는 공식 홈페이지(www.donggubat.com 문의 070-4282-9626)와 각종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나의 반려나무, 우리의 미세먼지 방지 숲

    트리플래닛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왼쪽)와 윤정희 콘텐츠라이터가 ‘반려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사진 제공 · 트리플래닛]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왼쪽)와 윤정희 콘텐츠라이터가 ‘반려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사진 제공 · 트리플래닛]

    작은 나무 한 그루로 세상을 좀 더 ‘맑게’ 만들 수도 있다.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의 ‘반려나무 입양’ 상품을 통해서다. 이 회사에서 작은 화분에 담긴 ‘스투키’ ‘엑설런트포인트’ ‘주목’ 등 실내용 나무를 구매하면 서울 어린이대공원, 청계천, 강변북로 등에 조성되는 ‘미세먼지 방지 숲’에 또 다른 나무가 식재된다. 이 나무들은 언젠가 거대하게 자라 스모그, 매연 등을 막고 산소를 뿜어내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김형수(30) 트리플래닛 대표는 이 프로젝트의 슬로건을 ‘my tree, our forest’(나의 나무, 우리의 숲)라고 소개했다. ‘내가 나무 한 그루를 집 안에 들이면 이 세상에 우리 모두를 위한 숲이 하나 생긴다’는 뜻이다. 이 취지에 공감해서인지 연말연시 선물용으로 나무를 구매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2010년 창립한 트리플래닛은 그동안 숲 조성 사업으로 명성을 얻어온 사회적 기업이다. 세계 12개국 170개 숲에 나무 70만여 그루를 심어왔다. 경기 파주시 ‘연평해전 영웅의 숲’, 전남 진도군 ‘세월호 기억의 숲’ 등도 이들 작품이다. 

    트리플래닛이 조성한 숲들은 그 배경에 수많은 사람의 자발적 참여가 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김 대표가 군대 후임이던 정민철(31) 이사와 함께 회사를 세웠을 때 처음 시도한 건 모바일 게임을 통한 나무 심기였다. 이용자들이 ‘트리플래닛’ 게임 속에서 아기 나무를 잘 키우면 회사가 세상에 진짜 나무를 심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등 국제기구와 협의해 세계 곳곳 나무가 필요한 자리에 숲을 조성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이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모바일 앱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 관심을 얻으면서 트리플래닛의 사업 규모는 부쩍 커졌다. 글로벌 기업의 스폰서십 참여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7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가운데 한 명이다. 

    트리플래닛을 널리 알린 사업 중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숲 조성도 있다. 2012년 가수 ‘신화’ 팬들이 그룹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서울 강남에 ‘신화숲’을 만든 것이 출발점이다. 다른 스타의 팬들도 나무 심기에 뜻을 모으면서 지금은 세계 곳곳에 ‘빅뱅숲’ ‘아이유숲’ ‘방탄소년단정국숲’ 등 스타 이름을 딴 숲들이 조성돼 있다. 트리플래닛은 이 밖에 중국 난징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사회적 의미를 담은 숲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반려나무 입양 상품이 이러한 ‘숲 만들기’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참여자들이 실물 나무를 ‘입양’해 ‘반려목’으로 가꾼다는 데 있다. 윤정희(27) 트리플래닛 콘텐츠라이터는 “스투키, 엑설런트포인트, 주목 등 트리플래닛이 이번에 소개한 나무들은 모두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집 안에 두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이 나무들을 반려견이나 반려묘처럼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지구환경과 미세먼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우리가 기대하는 바”라고 밝혔다. 

    트리플래닛에 따르면 건조한 환경에서 태어난 스투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란다. 엑설런트포인트는 상큼한 시트러스향과 피톤치드를 내뿜어 상쾌함을 느끼게 하며, 우리나라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주목은 생명력이 강하다. 이들 나무 각각은 ‘당신의 반려나무가 도착했어요!’라고 적힌 종이 상자에 담겨 배송된다. 상자를 열면 이끼, 나무이름표 등과 함께 ‘당신은 숲을 만든 사람입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이 보인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연말이면 회사 차원에서 보육원 등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기부하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아이들한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해 많은 사람이 ‘반려나무’를 키우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방지 숲을 만드는 ‘반려나무’는 트리플래닛 홈페이지(mytreepla.net 문의 02-499-2491)에서 ‘입양’할 수 있다.

    작은 팔찌가 만드는 미혼모 가정의 '꽃길'

    크래프트 링크

    고귀현 크래프트 링크 대표(왼쪽)와 ‘착한 팔찌’를 만드는 남미 여성들. 크래프트 링크가 새로 선보인 ‘코리아 컬렉션’ 제품들(위부터). [사진 제공 · 크래프트 링크]

    고귀현 크래프트 링크 대표(왼쪽)와 ‘착한 팔찌’를 만드는 남미 여성들. 크래프트 링크가 새로 선보인 ‘코리아 컬렉션’ 제품들(위부터). [사진 제공 · 크래프트 링크]

    ‘크래프트 링크’는 수공예품(craft)으로 사람과 세상을 연결(link)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크래프트 링크에서 판매하는 수제 팔찌는 미혼모와 세상을 연결하는 고리 구실을 한다. 

    “우리나라 미혼모 10명 중 9명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혼자 어린 자녀를 돌보는 여성은 일반 회사에 취업하기 어렵고, 간신히 방법을 찾는다 해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직장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집에서 육아와 병행하며 일할 수 있는 팔찌 제작을 떠올리게 됐어요.” 

    고귀현(30) 크래프트 링크 대표의 말이다. 고 대표는 대학에 다니던 2012년, 남미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당시 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수공예품을 팔며 살아가는 현지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귀국 후 학교에서 사회적 기업 관련 강의를 들었을 때 바로 그 일을 떠올렸고, ‘남미 여성이 만든 수공예품을 제값 주고 사들여 판매하는 회사’라는 사업 아이디어를 냈다. ‘엄마’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갖게 되면 자녀를 거리 대신 학교에 보낼 테고, 그 행동은 아이 개인뿐 아니라 남미대륙의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 마음이 크래프트 링크의 출발점이 됐다. 

    그는 이듬해 다시 남미를 찾아 지역 비정부기구(NGO)들과 함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남미 여성의 기술과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팔찌들을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멕시코의 대표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색을 활용해 팔찌를 제작하고 ‘프리다’라는 이름을 붙인 식이다. 이렇게 체 게바라, 파블로 네루다, 페르난도 보테로 등 남미를 대표하는 인물과 리우데자네이루 등 특징적인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팔찌 제품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이른바 ‘라틴 컬렉션’이다. 

    고 대표에 따르면 현재 크래프트 링크가 판매하는 라틴 컬렉션 제품의 생산자는 모두 자녀가 있는 과테말라 여성이다. 지역 NGO가 참여자를 모집하는데, 유일한 조건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고 대표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여성들은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 그 내용을 지역 NGO가 파악하고 관리한다”고 밝혔다. 이 팔찌들은 여전히 크래프트 링크 홈페이지(www.craft-link.co.kr 문의 02-2634-5720)에서 판매 중이다. 

    이렇게 3년 이상 이어진 사업을 2017년 한국 미혼모로 확대했다. 팔찌를 만들어 번 돈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게 된 남미 여성들처럼, 한국 미혼모들도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며 아이를 키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라틴 컬렉션’이 남미 정서를 듬뿍 담았듯, 새로 시작한 ‘코리아 컬렉션’에는 우리나라의 멋과 매력을 가득 입혔다. 특히 한국 야생화를 콘셉트로 한 매듭 팔찌가 눈길을 끈다. ‘하늘을 향해 핀 꽃과 넓은 잎이 마치 날개처럼 보인다’는 야생화 ‘날개하늘나리’, 연못물을 정화하는 등 쓰임이 많아 ‘고마운 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야생화 ‘고마리’ 등 여러 야생화가 크래프트 링크 ‘작가’들 손을 거쳐 매듭 팔찌로 다시 태어났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전통미가 외국인 친구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매듭 팔찌에 이어 판매를 시작한 비즈 팔찌 디자인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디자인 스튜디오 ‘Filles du Ciel’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고 대표는 “나와 우리 제품을 생산하는 작가들 모두 동정이나 연민에 호소할 생각이 전혀 없다. 세련된 디자인, 독특한 개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계속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품질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팔찌 제작을 통해 ‘자활’을 시작하게 된 미혼모 작가들의 의욕이 넘친다고 한다. 

    크래프트 링크는 2017년 11월 초 서울 종로구에서 이들의 매듭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 ‘아가, 꽃길만 걷자’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수공예 기술을 더욱 갈고닦아 장기적으로 전문강사, 전업작가 등의 길을 걷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고 대표는 “처음 코리아 컬렉션을 구상할 때도 미혼모와 아이들이 이 상품을 통해 ‘꽃길’을 걷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뜻이 야생화를 형상화한 팔찌 디자인에도 담겨 있다”며 “비록 작은 팔찌지만 이것이 출발점이 돼 우리나라와 남미의 많은 이에게 새로운 꽃길이 열리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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