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7

2017.12.13

골프홀릭

역전극 - 선두 지키기가 역전보다 어렵다

  • 입력2017-12-12 10: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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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역전승부는 스포츠의 흥미를 배가한다. 축구에서 3-0으로 이기다 3-2로 끝나는 것보다 0-2로 뒤지다 3-2로 역전하는 것이 재미있고, 마라톤에서도 42km를 2위로 달리다 195m를 남기고 1위로 나서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타이거 우즈가 복귀해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도 리키 파울러가 역전 우승을 차지해 우즈에게 집중되던 관심을 어느 정도 분산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미국 한 골프 전문매체는 이 대회 마지막 날 기사 제목을 ‘파울러, 타이거로부터 관심을 훔쳤다’라고 뽑았다. 파울러는 3라운드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선두에게 7타나 뒤져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지만 1번 홀부터 7번 홀까지 연속 버디에 9번 홀 버디를 추가하며 전반에만 8타를 줄여 3라운드 선두였던 찰리 호프먼을 가볍게 추월했다. 

    모든 관심이 파울러와 우즈에게 집중돼 호프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호프먼에게 2017년은 최악의 한 해였다. 팬들에게 비운의 사나이로 기억될 정도로 우승 문턱에서 자주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PGA 투어 통산 4승을 거둔 호프먼은 세계랭킹 27위에 올라 있는 톱클래스 골퍼다. 하지만 그는 히어로월드챌린지까지 포함해 올해에만 세 차례나 3라운드까지 선두(혹은 공동선두)를 달리다 우승을 놓쳤다. 3월 열린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 케빈 키스너와 함께 11언더파로 3라운드 공동선두였던 그는 마지막 날 1타를 잃으며 마크 리슈먼에게 우승컵을 넘겨줬다. 또 7월 RBC캐나다오픈에서는 17언더파 단독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해 4타를 줄였지만 7타를 줄인 조나탄 베가스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한 뒤 연장전 끝에 패하고 말았다. 

    PGA 투어를 비롯한 모든 골프대회에서 역전 드라마는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흔한 일이다. 지난 1년 동안 열린 PGA 투어 46개 대회(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된 대회만 계산)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 혹은 공동선두가 아니던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대회는 절반이 훌쩍 넘는 29개였다. 

    반대로 1라운드부터 선두(혹은 공동선두)로 나서 2, 3라운드 선두를 유지하고 끝내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한 경우는 5차례밖에 없었다. 저스틴 토머스(소니오픈), 조던 스피스(트래블러스챔피언십), 마크 리슈먼(BMW챔피언십), 라이언 아머(샌더슨팜스챔피언십), 패튼 키자이어(OHL클래식)가 이 같은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을 기록했다. 



    저스틴 토머스와 조던 스피스 역시 우승을 눈앞에 두고 날린 적이 올해 있었다. 토머스는 WGC(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대회 중 하나인 멕시코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12언더파로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를 까먹는 바람에 더스틴 존슨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스피스는 플레이오프 시리즈인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12언더파로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를 달렸으나 마지막 날 오버파를 치는 바람에 역시 존슨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그러나 역전 우승의 명수인 세계랭킹 1위 존슨 역시 역전패를 당한 쓰라린 적이 올해 있었다. 10월 중국에서 열린 HSBC챔피언스에서 존슨은 3라운드까지 17언더파를 기록해 우승이 거의 확실시됐으나 마지막 날 5오버파로 무너지는 바람에 저스틴 로즈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공동 2위로 밀려났다. 3라운드까지 로즈와 타수 차는 8타로 올해 가장 큰 타수 차의 역전패가 됐다. 우즈는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45개 대회에서 단 두 번(한 번은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역전 우승)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은 잦은 부상으로 종이호랑이 신세가 됐지만 ‘역전불허’, 이 하나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골퍼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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