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8

2017.10.04

김민경의 미식세계

가볍게 바스러지며 달콤함이 번진다

만드는 데만 꼬박 열흘 걸리는 한과 ‘산자’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7-10-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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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돼서도 명절 차례상에서 제일 먼저 집어 드는 것이 약과와 한과다. 명절에만 맛보는 쫀득하고 달콤한 약과와 파삭파삭하면서 살살 녹는 한과의 매력은 절로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약과는 한과 가운데 유밀과에 속한다. 밀가루에 참기름과 꿀, 생강즙을 넣어 반죽한 뒤 모양을 만들어 튀겨 내는 것이 유밀과다. 유과는 찹쌀가루로 반죽을 만든 다음 기름에 튀겨 고물을 묻힌 과자다.

    한과는 몇 종류가 더 있다. 과일이나 생강, 잣, 밤 등을 삶아 다른 모양으로 빚어 만드는 숙실, 신맛 나는 과일을 전분과 설탕 등을 넣고 묵처럼 굳혀 만드는 과편, 인삼과 도라지 등 식물 뿌리나 과일 열매를 달게 조리는 정과, 곡물가루와 한약재, 꽃가루 등을 꿀로 반죽해 판에 찍어 만드는 다식, 곡식이나 녹말에 엿기름을 넣어 달게 조리는 엿 역시 한과에 속한다.

    약과는 좋은 재료로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과자인 반면, 유과는 사람 손맛을 고스란히 반영하기에 맛좋은 유과를 만들기란 간단치 않다. 경북 봉화에 자리한 닭실마을은 500여 년 동안 전통 방식으로 한과를 만들어온 지역이다. 이곳에 가면 한과 만드는 과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데, 혀를 내두를 만큼 손이 많이 가는 공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곳 한과 가운데 가장 인기 많은 네모난 ‘산자’ 한 장을 만드는 데 자그마치 8~10일이 필요하다.





    산자를 만들려면 먼저 찹쌀을 물에 담가 닷새간 불린다. 불린 찹쌀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군 뒤 곱게 빻는다. 하루 정도 물에 불린 흰 콩은 믹서에 곱게 갈아 콩물을 만든다. 찹쌀가루에 따뜻하게 데운 콩물, 술, 설탕을 넣고 반죽한다. 반죽을 찜통에 넣고 중간 중간 뒤적이며 1시간가량 푹 찐다. 찐 반죽을 절구에 넣고 골고루 섞이도록 20분 정도 치댄다.

    반죽을 탁구공만 하게 떼어 전분을 묻힌 다음 밀대를 이용해 0.3~0.5cm 두께로 밀어 네모나게 만든다. 따뜻한 온돌 바닥에 한지를 깔고 반죽을 올려 뒤집어가며 사흘가량 말린다. 그럼 툭 치면 바삭하게 부서질 정도가 된다. 마른 반죽에 묻은 여분의 가루는 털어내고 기름에 튀긴다. 튀길 때 기름 온도가 중요하다. 너무 뜨거운 기름에 넣으면 울룩불룩 못생기게 부풀어 오른다. 처음에는 섭씨 100도에서 반죽이 서서히 부풀도록 튀긴다. 그다음에는 150~160도로 달군 기름에 넣어 단단하게 모양을 잡는다. 튀길 때 과자 표면에 뽀글뽀글 솟아나는 기포는 주걱으로 일일이 눌러 없애야 과자 모양이 반듯하고 예쁘게 나온다.

    산자 겉에 묻히는 고물은 찰벼를 사용한다. 불린 찰벼를 20분가량 볶아 쌀알이 튀기 시작하고 벼 껍질이 알맹이에서 떨어져 나가면 튀밥이 된다. 분리되지 않은 껍질은 일일이 손으로 골라낸다. 튀겨 놓은 반죽을 조청에 담갔다 튀밥을 골고루 묻히면 산자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전통 과자가 화려하고 낯선 이국의 디저트에 밀려 자꾸만 우리 곁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마냥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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