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9

2017.08.02

인터뷰 | 이필운 안양시장

안양천, 생태 보고로 다시 태어나다

철새가 즐겨 찾는 안양천, 사람까지 즐겨 찾는 명소로 탈바꿈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7-31 17: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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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안양 도심을 관통해 흐르는 안양천변이 생태가 살아 숨 쉬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려는 시민을 위한 대표적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안양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안양천 명소화 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을 앞장서 추진한 이가 이필운 안양시장이다. 2007년 재·보궐선거로 안양시장에 처음 당선한 이 시장은 2010년까지 안양천 명소화 사업의 기틀을 닦았고, 2014년 재당선돼 이 사업을 마무리 지었다.



    대천, 기탄, 그리고 안양천

    이 시장을 7월 21일 오전 안양천생태이야기관(생태이야기관)에서 만났다. 이곳 1층에는 안양천이 흐르는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안양천이 제법 길군요.
    “안양 시내를 관통하는 안양천은 서울 한강까지 흘러갑니다. 안양천 유역에 걸쳐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13곳이나 되죠. 안양시를 비롯한 경기도 자치단체 7곳과 서울 금천구, 양천구 등 6개 구가 안양천에 인접해 있습니다. 이에 안양천 유역 자치단체협의회가 꾸려져 모임도 갖고 있죠.”



    안양 삼성산에서 발원한 안양천은 총 길이가 34.8km에 이른다. 백운산에서 흘러나온 학의천과 경기 군포를 흐르는 산본천 등의 지류가 안양 석수동에서 합류한 뒤 북쪽으로 흘러 서울 성산대교 서쪽에서 한강으로 흘러든다. 삼성산 안양사에서 발원했다고 해서 안양천이라 부르고 조선시대에는 대천(大川), 기탄(岐灘)이라고도 했다(자료 : 두산백과).

    생태이야기관은 경기 광명과 안양 경계에 자리한다. KTX광명역 부근이 신시가지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안양천을 건너 자리한 생태이야기관은 한적한 시골 같은 느낌을 줬다.

    생태이야기관이 도심에서 ‘여유’를 즐기기 알맞은 곳에 위치한 것 같습니다.
    “이곳은 원래 ‘똥골’로 불렸어요. 똥골이 생태의 명소로 탈바꿈한 셈이죠.(웃음) 생태이야기관 가까이에 KTX광명역이 있으니 생태에 관심 있는 분들이 전국 어디서든 편리하게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아직은 외지에서 찾아오는 분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인터뷰 당일 안양 한 어린이집에서 꼬마 손님들이 단체로 생태이야기관을 방문했다. 안양천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설명하는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모습이 귀여웠다. 생태이야기관을 둘러보는 어린이들을 따라 이 시장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한쪽에 백로 모형이 여러 개 전시돼 있었다.

    안양천 주변에 백로가 서식하나요.
    “백로뿐 아니라 다양한 철새를 이곳에서 관찰할 수 있어요. 안양천 건너편에 하수처리장이 있는데, 오염원을 제거하고 방류하는 물의 온도가 조금 높아요. 그래서인지 물속에 먹이가 많은 모양입니다.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철새가 많이 모여듭니다.”



    생태하천복원사업 최우수상 수상

    안양시 관계자는 “지난해 생태이야기관 조류관찰대에서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도 관찰됐다”고 했다. 6~7월에는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가 번식해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겨울철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도 관찰할 수 있다고. 그뿐 아니라 흰죽지, 댕기흰죽지, 고방오리, 넓적부리, 비오리,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논병아리, 백할미새 등 다양한 철새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잠수성 조류인 민물가마우지는 1년 내내 안양천에서 서식한다. 민물가마우지가 잠수해 30cm 넘는 큰 물고기를 잡아먹고는 천변에서 날개를 말리는 이색적인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천연기념물 제323-8호인 황조롱이는 연중 관찰할 수 있고, 겨울철에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말똥가리도 보인다.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생태의 보고’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안양천 명소화 사업의 성과는 중앙정부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해 환경부가 주관한 ‘생태하천복원사업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

    안양천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떤 점에 역점을 뒀습니까.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기본 목표로 했어요. 시민 누구나 편하게 쉬고, 또 걷고 싶은 깨끗한 길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그러면서도 안양천이 홍수나 가뭄에도 끄떡없도록 안전에도 특별히 신경 썼고요.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원 이후 시민과 함께 어떻게 그것을 유지할 것이냐에도 초점을 맞췄어요. 그 일환으로 하천 생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태교육을 실시하면서 체험활동도 병행할 수 있게 했죠. 생태이야기관이 그 중심에 있고요.”

    생태이야기관에서는 연간 248회 환경생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화·금요일 생태이야기관 만들기교실이 열리고, 3월부터 10월까지 월 2회 토요일에는 안양천환경대학이 개설된다. 4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수요일에는 수요생태교실이 열린다. 여름·겨울방학 때는 각각 ‘안양천 탐사’와 ‘철새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원 3명과 자원봉사자 30명으로 꾸려가는 생태이야기관이 생태교육의 산실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하천 산책로 하면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나 나무데크를 떠올리게 됐다. 그런데 안양천 일부 산책로는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다. 학의천 비포장 산책로가 그곳이다.



    도심 하천에 비포장 산책로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요즘 같은 장마철 또는 집중호우 때는 흙과 모래가 물길에 쓸려 내려가 자갈만 남거나, 웅덩이가 파여 산책하기 불편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많은 시민이 흙길에 애정을 갖고 있어요. 집중호우로 흙과 모래가 쓸려 가면 재빨리 다시 채우고 돋우는 등 시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흙길은 도심에 살아 좀처럼 흙을 밟기 어려운 요즘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의 장이 되고 있어요. 어르신들도 옛날 생각이 난다며 좋아하고요.”

    안양천변은 산책로뿐 아니라 자전거도로도 잘 정비돼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안양천변 자전거도로를 통해 출퇴근하는 이가 적잖다.

    “안양천변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해 접근성이 좋은 편입니다. 안양천변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분은 물론, 주말이면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분도 많아요. 안양천이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강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문화공간 늘려 명품 하천으로 발돋움”

    생태이야기관 앞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잠시 걸어봤다. 서울 한강변과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강과 천의 차이랄까. 오밀조밀한 천과 그 사이에서 부쩍 자란 풀들, 그리고 크지 않은 나무들까지 느릿한 걸음으로 보물찾기하듯 두리번거리며 산책하기에 제격이었다.

    132억 원을 들여 진행한 ‘안양천 명소화 사업’을 통해 안양시는 안양천을 비롯해 학의천과 수암천, 삼성천, 삼막천, 삼봉천 등 6개 하천 주변에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췄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정비하고, 천변 곳곳에 쉼터와 꽃밭을 조성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삼았다. 저녁에도 시민들이 안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가로등과 경관등을 설치했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안양에는 안양시민이 맘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양천이 있는 셈이다.

    이 시장은 “안양천 수변이 넓지 않아 충분한 체육시설을 갖추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앞으로 문화공간을 더 늘려 시민 눈높이에 맞는 명품 하천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필운 시장은 안양초교를 나와 양정중·고교,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여주군수,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 평택부시장, 경기도 경제투자관리실장, 국무조정실 사회수석조정관실 노동여성심의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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